권력과 검찰의 갈등은 역대 정부마다 반복된 일이다.
하지만 첫 검사 출신 대통령의 집권 2년 만의 갈등은 너무 이르다. 그것도 대통령 배우자 수사란 예민한 문제가 발단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가족 수사 도중에 수사 지휘라인을 전원 교체하고 이원석 검찰총장 참모진까지 대거 물갈이한 데 대해선 “수사 도중 장수 교체는 역대 대통령이 한 번도 안 했던 일”(전직 검찰총장)이란 평가가 나온다.
김대중 정부 임기 말 3남 김홍걸 전 의원에 이어 2남인 김홍업 전 의원까지 구속될 위기에 처하자 청와대에서 수사팀 교체론이 제기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당시 청와대 고위직의 교체 건의가 있었지만 자식의 구속 앞에서도 DJ는 포기했다”고 전했다.
추미애 전 장관이 2020년 1월 취임 직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참모들을 대거 지방으로 발령 낸 인사와 비슷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원석 총장 역시 당시 대검 기획조정부장으로 있다가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 등과 함께 좌천됐다.
윤 총장은 그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제가 인사권도 하나도 없는 사람이다. 밖에서 다 식물 총장이라고 하지 않냐”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인사 대상에 포함된 어느 검사장은 “추 전 장관의 인사에 누구보다 분노했던 윤 대통령이 같은 방식으로 검찰을 손아귀에 쥐려 한다는 점에서 더 분노스럽다”며 “그런 면에서 윤 대통령이 추미애보다 더하다”고 했다. “거지 같은 인사”란 말까지 나왔다.
또 다른 인사 대상자는 “이런 인사를 짠 건 이 총장에게 일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다른 검사장은 “앞으로 인사에선 ‘찐윤’ ‘찐찐윤’ 검사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자조했다.
차장·부장검사 등 후속 인사에 관해서도 이 총장이 “제가 알 수 없는 문제”라고 하자 “총장이 인사에서 패싱 당했음을 시사하는 것”(부장검사 출신 변호사)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현직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배우자를 수사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 검사를 배치하느냐 윤 대통령과 또 다른 인연이 있는 검사를 배치하느냐의 문제다.
이번 검찰 인사의 마지막 퍼즐은 결국 서울중앙지검 1·2·3·4차장검사를 포함한 김건희 수사팀 구성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건희 명품백 수수 의혹이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은 우선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선 김 여사 본인을 직접 소환해 조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