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보기 .정말 조각주의. 짧음 주의. 똥손고자손 망글
"경수야. 잘잤어?"
상냥한 목소리가 방안을 울린다. 침대빼고 텅빈 하얀 방안에는 하얀 두사람만 있을뿐이다. 대답을 바라고 한말이 허공을 맴돌아 경수의 귀로 내려앉는다. 왜이렇게 오래자, 어린아이가 보채는듯이 귀여운 칭얼거림일법 하지만 경수는 다시 눈을 감았다. 지긋지긋해.
"언제까지, 이럴거야."
목소리가 쩍쩍 갈라졌다.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따끔거려. 지친기색이 완연하다. 눈도 뜨지않고 말하는 경수의 모습에 백현은 서운한 마음을 감추기가 힘들다. 우리 경수, 잠이 덜깼나봐. 호호 웃어넘긴 백현의 눈매가 살짝 치켜올려졌다.
"자기야 눈 떠봐. 오늘 니가 좋아하는 셔츠입었는데."
"그만 좀 해."
짜증을 내며 자신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던 백현의 손을 뿌리치고 벌떡 일어났다. 먹은것이 없는 속에서 욕지기가 일었다. 미친년. 너 때문에 내 인생이 꼬였어. 백현은 그런 짜증이 한두번이 아니라는듯 가볍게 무시하고는 자신이 입고있는 셔츠를 잡아당겨 펼쳐보였다. 예쁘지?
"니가 나한테 어울린다고 진짜 좋아했잖아. 하얗고, 깔끔한게."
"백현아"
후- 한숨을 쉬고 백현을 불렀다.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차갑게 거절해내야 하는데,쉽지가 않다.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건 예전처럼 예쁘게 웃고있는 백현이었고 자신을 닮아 하얀 셔츠를 입고있는 백현은 예쁜 지경이 아니고 아름다웠다. 눈이 시리게 아름다웠다. 하지만 백현아 이건 아니야.
와 내 이름 불러줬어, 하며 눈이 휘어지는 백현이 다시 말똥말똥 눈을 뜨고는 왜애?하며 말꼬리를 늘렸다.
"이제 그만 할때도 됐잖아. 내가 미안해."
백현의 안색이 차갑게 굳었다. 야무지게 꽉 말아쥔 주먹이 빨갛게 하얗게 변하더니 바들바들 떨렸다. 저 안의 길고 곧은 손가락들도 떨리겠지. 내가 무척이나 사랑하던 그의 손. 화를 참는듯이 깊은 숨을 들이쉬고는, 내쉬었다. 유해졌던 눈매가 다시 사납게 올려떠졌다.
"뭐가 미안한데."
컥- 곧고 얇은 그의 손가락이, 내가 사랑해 마지않던 그의 마른 손이 내 목을 그러쥐었다. 백현아 이름을 부르고 싶은데 점점 나의 목을 졸라오는 뽀얀 손에 숨이 쉬어지질않는다.
"뭐가,미안하냐고,묻잖아."
그의 예쁜 목소리가 으르렁 거리는것 같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안예쁜 구석이 없는 백현이는 항상 나를 지치게한다. 똑같은 패턴으로 나를 옥죄어오는 백현이를 다 알면서도 나는 피할수가없다.
"우리경수, 또 자야겠네."
눈알이 뒤집히고 혀가 빠져나오려고 할때쯤 백현이는 손에 힘을 풀었다. 숨을 몰아 쉴수도 없었다. 다시 졸린 목구멍이 따끔거렸다. 항상 예상하지만 내가 다 받아주는거야. 넌 미친년이니까 나말고 다른사람들한테 피해를 주면 어떡하겠어, 그렇지? 흐려져가는 의식속에서도 백현이의 음성만은 또렷하다. 사랑해 경수야, 내꺼, 내 경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