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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전정국] 빼빼로1+1 04 | 인스티즈

빼빼로1+1

(김사월 - 누군가에게 추천해요)


옥상에서 라면 먹다가 경비 아저씨한테 걸림. 누가 계단으로 올라오는 소리가 들리는 거야. 놀라서 정국이랑 눈 마주침. 둘이 먹던 나무젓가락 후다닥 내려놓고 작은 창고에 숨었지. 근데 창고에 남은 의자랑 책상이랑 매트랑 잡다한 거 다 있어서 공간이 좁은 거임.

그래도 들키는 거보단 나으니깐 틈 사이에 몸 비집고 들어가서 숨었지. 따로 숨을 시간이 없어서 둘이 걍 붙어서 숨음. 먼지 폴폴 날리는데 숨 참고 경비 아저씨 발 자국 소리에 귀 쫑긋 세우고 숨죽였어. 옥상에 라면 먹던 흔적이랑 간식거리만 남았잖아. 아저씨가 우릴 놓쳤다고 생각한 거지. 그래서 막 아이, 참나. 그럼서 계단 쪽으로 발걸음 돌리더라고. 그렇게 쭉 가시면 얼마나 좋아? 제발 창고 쪽으론 오지 마라 속으로 외쳤지.

근데 뚜벅, 하고 걸음 멈추더니 창고 쪽으로 오시는 거야. 아, 망했다. 눈 질끈 감았는데 아저씨가 문고리 잡고 철컹철컹, 하는데 문이 안 열리는 거. 열쇠 뒤적이는 소리 들리길래 어떡하지, 하는데 정국이가 괜찮다고 고갤 젓는 거야. 짤랑이는 열쇠 소리 몇 번 내더니 짜증 내면서 가더라고. 긴장이 쭉 빠지는 거야. 나도 모르게 정국이 가슴팍에 머리를 툭 기댔어. 공간은 협소하고, 둘만 있어서 조용하잖아. 얘 심장 소리가 빠르게 뛰는 거. 질끈 감고 있던 눈을 떴지. 올려보니까 뒤로 최대한 내빼고 있더라고. 귓가가 빨개져선.


"이제 좀 나오지?"

"어, 어. 미안."


정국이는 가만히 있고 내가 옆으로 삐져나왔어. 그제야 정국이도 한숨 돌리는 거야. 나는 창고 문손잡이 잡고 열었는데 이게 안 열려. 힘을 덜 줬나? 싶어서 더 세게 잡고 고릴 돌렸지. 근데도 안 열리는 거야. 정국이가 내 옆에 서더니 잠깐 나와보래. 그래서 뒤로 빠져있었음. 정국이도 문고리 잡고 겁나 열심히 돌리는데 열릴 생각을 안 하는 거. 애가 승부욕이 있는 건지 나중엔 어깨로 문을 쾅, 밀어서 열어보더라. 사격부라 팔 다치면 안 되니깐 말렸지. 그만하라고. 주변 살피는데 마침 내가 나갈 만한 창문이 있었어. 책상 밟고 올라가려는데 정국이가 잠깐만, 하는 거임. 한쪽 발마저 올리려다 내렸음.


"위험해. 내 등 밟고 올라가."

"어?"

"등 밟고 올라가라고. 저번에 발목 다쳤잖아. 이번엔 안 돼."


정국이가 내 앞에 무릎 꿇고 엎드리는 거야. 근데 책상이 위로 겹겹이 쌓여있어서 위험하긴 했거든. 그래도 내가 올라가면 안 무너질 거라고 생각했지. 정국이 생각은 나랑 달랐나 봐. 야, 나 진짜 밟고 올라간다? 그랬는데 어, 한마디 하더라. 걔 등에 빨리 올라타서 창문 열고 팔 쭉 내밀어서 걸치고 상체부터 내뺐지. 밑에서 정국이는 아직 나 받쳐주고 있고. 아래 보니깐 생각 보다 높진 않아서 빠져나왔어. 교복에 묻은 먼지 털면서 아직 건너편에 있는 정국이한테 문 열어준다 하고 잠깐 기다리라고 했음. 교무실에 내려가서 친한 윤리 쌤한테 창고에 의자 가지러 간다면서 뻥치고 열쇠 가져왔지.

계단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땀 뻘뻘 흘림. 여름이라 더운 거야. 열쇠 가지고 문 따서 정국이 손목 잡고 데리고 나옴. 얘도 창고에서 더웠는지 땀 좀 흘렸더라. 농구로 운동할 때도 땀 흘리는 거 못 봤는데. 내가 밟은 등 때문에 정국이 양팔 잡고 꾸역꾸역 몸을 돌렸지. 와, 등짝에 내 신발자국 그대로 찍혀서 진짜 더러운 거야. 손으로 털어주는데 자국은 안 지워지잖아. 미안해서 쭈글해 했음. 정국이 내 앞으로 몸 돌리곤 상관없대. 어차피 운동복으로 갈아입을 거라고. 안에 검정 티 입고 있긴 했는데, 나도 양심이 있지. 손 내밀어서 교복 달라고 함.


"교복 주라. 내가 빨아서 내일 가져다줄게."

"괜찮은데."

"네가 내 양말도 빨아줬잖아. 그거 대신이라고 생각해."


정국이 더 군소리 안 하고 교복 벗어서 넘기면서 발목 얘길 하는 거. 교복 받고선 대답했지.


"뛰어내릴 때 발목에 무리 안 갔어?"

"응, 이거 봐. 멀쩡해."


멀쩡해진 발목 쭉 뻗곤 슬리퍼 신은 발로 걔 발을 툭툭 장난쳤음. 정국이는 운동화 신고 있었는데 내가 늘어진 끈 가지고 장난쳐서 풀어진 거야. 묶어주려는데 그냥 내 머리 한번 헝클이곤 자기가 허리 숙여서 묶었어. 그동안 나는 옥상 정리하고 정국이 교복 들고 내려감. 다음 시간 미술이었는데 정국이는 훈련하러 간대. 사격부 훈련실은 한 번도 가본적 없어서 따라가고 싶었음. 계단 내려가면서 졸랐지. 나도 가보면 안 돼? 응? 점심시간 잠깐 남았었거든. 고민도 안 하고 알겠다고 하는 거임. 원래 사격반 애들 아니면 못 들어오니깐 쉬는 시간 끝나기 전에 가는 걸로 했지. 우리 학교는 따로 훈련 건물 있어서 그쪽으로 갔음.

실내 훈련실로 들어갔는데 한 명이 먼저 와서 연습하고 있었어. 한 손은 주머니에 꽂고 남은 손으로 공기권 총 방아쇠 당기는데 멋있더라. 와... 내가 입 벌리고 홀린 듯이 보니깐 정국이가 앞을 가로막는 거야. 쟤 보지 말고 자기 하는 거 봐달래. 옆에 있으면 귀 아프니깐 뒤에서 있으라는 거야. 

그래서 뒤로 몇 걸음 떨어졌는데 나한테 다시 오더니 귀마개를 씌워줬어. 총소리에 놀랄 수 있으니깐 이거 하고 있으래. 정국이 하는 루틴 궁금해서 살펴보니깐 공기총 새 수건 가져와서 닦고 장전함. 물 한 모금 마시더니 자세 준비하고 한쪽 눈 찡그림.

자기 할 일 하면서 진지하니깐 새로웠어. 아까 정국이 심장소리가 내 심장소리처럼 들리는 거야. 쿵, 쿵, 쿵. 정국이 교복 품에 꼭 안고 긴장돼서 집중하는 순간 탕! 한 번 쏘고, 잠시 쉬었다 방아쇠 당기는 거. 생각 보다 소리가 너무 커서 깜짝 놀랐음. 정국이가 명중인 거 확인하고선 총 원래 자리에 내려놓는 거임. 그리고 뿌듯해선 나한테 오는 거야. 자기한테 어울리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멋지구나. 내가 알던 정국이로 안 보였어.


"다음 달에 고등부 사격 대회 있는데 직관하러 올래?"

"다음 달이면... 기말고사 끝나고?"

"응, 네가 와서 봤으면 좋겠어."

"어? 내가 뭐?"


잘 안 들려서 정국이한테 귀를 기울였지. 근데 얘가 활짝 웃는 거야. 어리둥절해서 고개 갸웃했는데 귀마개를 톡톡 치곤 빼주는 거야. 나 완전 바보 같았겠다. 정국이가 귀마개 들고선 남은 손으로 내 머리칼 정리해 줬어.


[방탄소년단/전정국] 빼빼로1+1 04 | 인스티즈

"네가 오면 금메달 딸 수 있을 거 같아."

"......"

"올 거지? 초대할게, 여주야."


정국이가 내 머리칼 만져서 매끈해졌거든. 내 마음도 매끈해지더라. 흐물흐물. 기대하는 눈빛으로 보니깐 발가락이 오물 아지는 거야. 이 감정을 뭐라고 설명해야 될지. 작은 초콜릿, 그 작은 것들을 입에 한가득 머금고 느긋하게 녹이는 거 같았어.



/



수업 끝나고, 하굣길에 비가 왔어. 비 소식 없어서 우산은 집에 놓고 왔거든. 애들은 각자 우산 있어서 빌릴 친구가 없는 거야. 정문에서 하늘 올려다보면서 쏟아내리는 비에 울적해 있는데, 가까이서 정국이 목소리가 들리는 거임. 오른쪽으로 고갤 돌렸는데 누가 왼쪽 볼을 콕 찌르더라. 정국이었어. 그리곤 자기가 우산 두 개 가져왔다고 보라색 우산을 건네줬어. 정국이는 노란색 우산.


"나 우산 없는 줄 어떻게 알았어?"


우산을 쫙 펴니깐 정국이도 옆에서 같이 폈어. 둘이 나란히 버스 정류장까지 걸었지. 이 시간엔 하교하는 애들 별로 없어서 정국이랑 발맞춰 걸었는데, 얘가 걸음이 빠르거든? 나한테 맞춰서 걷고 있더라고.


"그냥, 직감으로."

"그냥이라는 게 어딨어?"

"있어,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틈만 나면 좋아한다고 어필하는데 익숙하질 않는 거야. 솔직히 설레서 암말도 안 하고 입 꾹 다물었어. 말하면 설렌다는 거 다 들킬 듯해서. 우산으로 얼굴 가려내리니깐 내가 안 보이잖아. 정국이가 자기 우산 접더니 내 우산 안으로 쏙 들어오는 거야. 그리고 손잡이 잡은 손을 겹쳐 잡는 거임. 그대로 걸음을 멈췄어. 정국이도 같이 멈췄지. 자기 머리칼에 떨어진 물방울을 탈탈 털어내는데 그것마저 설레는 거임. 물끄러미 올려봤어. 내가 손잡이에서 손을 떼려니 깐 걔가 꽉 잡는 거야. 당황해서 움찔해서 뒤로 물러났지.


"알겠어. 그만 장난 칠게."

"어... 어?"

"어깨 다 젖잖아, 이리 와."


몰랐는데 내가 계속 뒷걸음질 치고 있었나 봐. 내 손목 잡아당겨서 가까이 당겼어. 둘이 우산에 꼭 들어맞은 채로 있는데 집 가는 버스가 정차하고 있는 거. 정국이도 버스 발견해서 남은 손으로 내 손 잡고 뛰었어. 버스 탔는데 만석임. 버스 바닥이 물에 젖어서 미끌미끌하더라. 둘이 손잡이 잡고 창밖 보면서 가는데, 다음 정거장부터 사람들이 더 몰리는 거야. 더 타기 어려워서 기사님이 다음 차 타라고 할 정도였음. 정국이가 내 뒤에서 사람들 닿는 거 막아줬는데 급정차할 때마다 밀착되는 거야. 비 와서 꿉꿉하고, 내 교복도 젖어있고. 여러모로 신경 쓰였지.

버스 내릴 땐 정국이가 사람들 사이 뚫어줘서 편하게 내렸음. 내리니깐 비도 그쳤고. 마침 미술 학원 시간까지는 좀 남아서 정국이 집으로 양말 찾으러 가기로 했어. 아니 양말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닌데 얘랑 더 붙어있고 싶은 거야. 부러 생각한 건 아닌데 느낌이 얘 옆에서 더 있고 싶었거든. 그래서 양말 찾으러 가기로 한 거지. 근데 아파트 정문에 딱 봐도 비싸 보이는 차 한 대가 비상등 켜놓고 대기하고 있었음. 정국이가 그 차 발견하곤 표정이 굳어지는 거야.


"정국아?"


그리고 그 차에서 정국이 형이 내리는 거임. 표정 졸라 살벌... 정국이랑은 다르게 눈썹에 스크래치 나있고 귀에 뭘 많이 하셨더라고. 둘이 진짜 닮았는데 정국이 형이 눈초리가 매서움. 저번에 자다 일어나서 봤을 때는 부어서 안 그래 보였나? 엄마가 네 가지 없다고 말한 사람이 전이안 저분인 것 같기도 하고. 근데 사과 준 거 보면 또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는데. 혼자 많은 생각하는데 정국이 형이 우릴 발견하고 뚜벅뚜벅 걸어오는 거임. 정국이 내 성격 아니깐, 내 손 부드럽게 잡아 감싸더라고. 진정하라고. 아, 그래서 형이고 뭐고 손잡은 거에 떨려서 머리 새하얗게 지워버림.


"네가 말했냐?"

"뭐를."

"우리 집 사람 중에 입 싼 새끼는 너밖에 없을 거다."

"오해도 정도가 있어."

"그럼 어머니까지 찾아오게 만들지 말든가."

"... 뭐?"

"설마 아버지인 줄 알았냐? 그 양반은 우리한테 관심 없어. 아, 없는 척하는 건가? 묵혀뒀다 터뜨리려고."


형이 정국이 어깨를 주먹 쥐고 툭, 툭 치는 거야. 내 손에 힘이 들어갔지. 정국이도 놓지 않고 나를 뒤로 숨기더라고. 그걸 본 형이 날 슥 내려보는 거. 위아래로 쭉 훑어보는데 같잖다는 듯이 웃어. 그리고 정국이 어깰 다독이더라고.


"내가 이번엔 집에 들어가는데, 다음엔 네 차례인 줄 알고 있어라."

"......"

"좋은 말할 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자, 어?"


정국이가 눈에 띄게 흔들렸어. 나는 뭐가 뭔지 모르니깐 가만히 있었지 근데 정국이 어깨 두드리는 게 보기 싫은 거야. 그래서 정국이 앞을 막았어. 형이 나한테 손을 뻗는데 정국이가 득달같이 달려들어서 손을 탁, 쳐내는 거야. 아, 여자친구? 못마땅한 건지 입안을 혀로 굴리더라. 정국이랑 성격이 너무 정반대였어. 정국이 손 꼭 잡고 차에 탈 때까지 손 안 놨어. 전이안이 탄 차가 우리 앞에서 사라지고, 정적만 남더라. 축 가라앉은 정적만.


"정국아... 괜찮으면, 내가 얘기 들어줄 수 있는,"

"여주야."

"응."

[방탄소년단/전정국] 빼빼로1+1 04 | 인스티즈

"미안한데 오늘은 이만 가주면 안 될까."


정국이가 힘들어 보여서 곁에 있어주고 싶었어. 평소랑 분위기가 미지근하고 아파 보이는 거야. 외로워 보여서 옆에 있어줘야 될 것 같았거든. 근데 내가 눈치가 없었나 봐. 양말 받았으면 눈치껏 가면 되는 건데. 미술 학원 가지 말고 옆에 있어야겠다, 생각한 내가 미숙하게 느껴졌어. 가방 챙기고 뒤를 도는데 도저히 발이 안 떨어지는 거야. 고집스런 면 때문인지, 정국이 슬픈 눈이 눈앞에 아른거려서 인지. 

그때 현관문에 놓인 우산 두 개가 시야에 들어오는 거야. 그리고 정국이가 내 우산 안으로 들어왔던 순간이 생각나는 거 있지. 정국이한테 발걸음을 돌렸어. 소파에 멍하게 앉아있던 정국이가 고개를 돌릴 때, 목을 와락 껴안았어. 위로해 줘야 될 것 같아서. 


"... 여주야?"

"너 기분 안 좋을 때 눈 쳐져 있는 거 알아?"

"......"

"이럴 때 혼자 있으면 더 외롭고, 힘들어."

"......"

"너 나 좋아한다며. 그러니까 밀어내지 마."


​밖에선 다시 비가 내렸어. 지나가는 소나기인지 세차게 내리는 비가 정국이 대답 같은 거야.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정국이를 혼자 두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 거야. 가만있던 정국이가 조심스레 내 허릴 감싸서 얼굴을 파묻었어. 창문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들리는데, 흐느끼는 소리가 빗소리에 묻혔어. 맘 편하게 울었으면 좋겠는데 꾹, 꾹 눌러 참는 울음이 서글펐어. 우리는 비가 그칠 때까지 서로를 안고 있었어. 조용한 위로를 건네면서.




+ 형 이미지는요...!

[방탄소년단/전정국] 빼빼로1+1 04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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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저렇게 저돌적인 아이인데ㅠㅠㅠㅠ여주보다 큰 정국이가 자기보다 작고 소중한 여주에게 기댔을때의 그 기분은…후ㅠㅠㅠ
2년 전
독자2
아 진짜 넘 잼써서 미쳐버릴지경
2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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