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은 평소에 잠을 길고 깊게 자는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백현은 어젯밤부터 잠을 설치기 시작했다.
'…넌 항상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그 꿈을 꾼 이후로.
엄연히 말하자면, 백현의 작은 기억을 무의식 중에 밖으로 꺼낸 이후로.
*
항상 알고 있었던 사실이었지만, 백현은 문득 갑자기 그 사실이 새로운 사실로 다가오는 것 같았다.
그는 스크린이나 브라운관 속에서 생동감 있게 움직인다는 걸.
오늘따라 그 사실이 너무 슬퍼졌다. 그래서인지 그는 제 옆에 잡아둘 수가 없었다. 그를 잡아둔다는 것은 억지에 불과할 뿐이었다.
'다 그만두겠다고 했잖아, 백현아.'
그 날의 찬열은 결연한 표정과 동시에 매우 지쳐보였다. 마치 마주보고 서 있는 백현과 같은 모습으로.
'박찬열 넌 절대 지금 니가 하고 있는 것들 못 놓아. 놓고도 후회할 거,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사실이야.'
'…넌 항상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백현아.'
그 때의 찬열의 표정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리고 그 표정을 두려워했던 겁쟁이같은 자신도.
'그래. 그러니까 이제 제발, 제발 그만하자….'
그 땐 그것이 그렇게 견딜 수 없이 힘들었었다.
포털사이트에 박찬열 친구라고 치면 나오는 자신의 이름, 찬열과 바깥에서 만나면 인터넷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글들도.
찬열은 밖에서 손 한 번 잡아주지 못하고 항상 사람들에게 둘러싸이는 것에 대해 자신에게 그리도 미안해 했었다.
하지만 백현은 그 모습에 오히려 죽어갔다. 서서히, 자신만 느낄 수 있게.
'진짜 헤어질 수 있어, 백현아? 이대로 끝낼 거야?'
백현의 긍정의 끄덕임 한 번에 그렇게 그들의 사이는 무너졌다.
"박찬열…."
백현은 정말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예전엔 찬열을 떠올리는 것만 해도 설렜었는데, 지금은 많은 것이 달라졌다. 매우 많이.
드라마 속의 찬열은 자신을 나무라는 것만 같았다.
'어떻게 그리 쉽게 포기해요? 그런 겁쟁이 주제에 도대체 뭘 누리겠다고 찾아왔어?'
그 때, 백현의 까만 핸드폰이 빛을 내며 메세지가 도착했음을 알렸다.
저장되지 않은 11자리의 번호.
[지금은어때 보고싶다변백현]
백현은 핸드폰을 쥔 채 누군가에게 달려갔다.
백현의 아파트 앞을 서성이고 있을 사람에게.
ㅋㅋㅋㅋㅋㅋㅋㅋ으악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밤에 써보고 싶어서 그.. 그냥 써봤어요 벌써부터 폭풍후회
떢설도 언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