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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에게나 인생이 공평치 않음을 실감했던 건 어릴 적 달리기경기에서부터였다. 1등에게만 주는 장난감 호루라기 달린 목걸이가, 빛을 받으면 반짝거리는 유리알이 내 것이 아님을 짐작한 본능이 울음을 터트리자 선생은 그것을 손에 쥐여주고 경기장 밖으로 떠밀었다. 탱탱 부은 눈으로 호루라기를 불던 날을 잊을 수 없는 까닭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고집과 때를 부리면 등수에 상관없이 1등과 동등한 것을 가질 수 있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손과 발이 자라고 교복을 입으니 이번엔 일렬로 줄을 세웠다. 자리도 1등부터 꼴등까지 절대적 순번이었고 급식도 등수대로 먹었다. 꼬리 칸 아이들은 차례를 기다리며 이미 배를 불린 그들을 올려다보거나 몇몇은 매점으로 이탈해 허겁지겁 끼니를 때웠다.

어느 날은 꼴등인 아이가 급식실에 앉아 꺽꺽 울었다. 식사를 마친 교장은 예의범절을 핑계로 아이에게 직권을 휘둘렀다. 그러게 왜 꼴등이니? 네가 잘했으면 같이 먹었겠지.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는 눈가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히고 아이는 먹지도 않은 밥을 버렸다. 그리고 다신 급식실에 오지 않았다.

학교는 멜론차트 같았다. 공식적인 학번과 점수가 업로드되면 1위부터 50위, 51위부터 100위를 나누고 세분화해 차등했다. 그 짓을 수준별 수업이라고 부르는 것도 웃겼다. 같은 학비를 내도 국위 선양과 같은 학위 선양은 따로 있었고 나머지는 학교 행정의 배를 채우는 취급을 받았다. 학교에는 본디 뜻을 가르치는 선생 대신 그 이름을 방패 삼아 매질하는 자들이 본연을 삼킨 채 나머지를 폭행했다. 그것의 모양은 말이 되고, 행동이 되고, 때론 실제 폭력이 되었다.

피나는 노력의 결실을 보상받는 것은 당연하며 축하가 마땅하다. 유리알 목걸이가 그랬고 성적이 그러하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보상받지 못한 아이들을 향한 질타와 무시 또한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언제부터 사람은 타인의 가치를 점수로 농락하며 살아왔는가? 우리는 도덕을 배우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본질의 뜻은 시험 답안에서만 찾는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말은 우리에게 있어 더 이상 희화 대상이 아니다. 누군가는 그 세상 아래 자신을 단정하고 체념한 채 영원히 묻혀 죽을 수도 있다. 너무 깊게 파고들었나? 그렇지 않고서 어떻게 이 주제에 대해 논하겠나.

이번 11월도 삶의 가치를 숫자에 대입해 울고 웃는 시간이 되겠지. 그럼에도 이것보다 더 두려운 건 남은 인생과 학교 밖 전쟁터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청소년 칼럼 ‘수능 D-3, 삶이 아팠던 순간’
정명고등학교 3학년 부승관















OFF ON OFF
; 소년의 기도
















[세븐틴/부석순] OFF ON OFF _ 소년의 기도 | 인스티즈

1. 석민 이야기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작년 겨울부터 시작했다. 이젠 한 눈에도 매장을 꿰는 석민은 오후 두 시에 출근해 하루 여덟 시간 할당량을 채우고 집에 돌아온다. 버스로 왕복 삼십 분인 애매한 거리에 배차 간격이 늦은 퇴근길에는 주로 걸어가는 쪽을 택한다. 권태로운 골목길을 걷는 대신 편의점 폐기로 허기와 지루함을 달래다 보면 초록색 대문이 보인다. 허리를 구부려 톱니 같은 키를 구멍에 집어넣는다. 석민은 그 안에서 불면증을 앓다 새벽 네 시가 되어서야 잠이 들었다.

다음날 이어폰 밖으로 소음이 들리면 석민의 하루가 시작된다. 먹다 남긴 도시락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바닥에 흩어진 수도세, 전기세, 핸드폰 연체 고지서를 날짜별로 정리해 냉장고에 붙였다. 플라스틱과 눌은 밥알을 삼키며 이번 달 월급을 더하고 빼고 저금통에서 지폐와 동전도 셌다. 가계부 비상금까지 합치면 얼추 석 달은 버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식사를 마친 석민은 뒤축 닳은 운동화를 신었다.

역세권 지하 방에서 들리는 지하철 굉음을 뒤로하고 학교 운동장 계단에 앉아 승관을 기다렸다. 거한 점심을 마친 승관은 꺼억 트림하며 사이다를 건넸다. 경비 아저씨가 이제 외부인을 막 들여보내네. 석민은 반사적으로 거품에 입을 댔다. 승관은 석민이 끼고 있던 이어폰을 빼앗아 고개를 까딱였다. 노래 죽인다. 아무것도 안 들려. 석민은 휴대폰과 분리된 단자를 가리키며 웃었다. 오랜만에 보는 미소였다.

작년 여름 석민은 가방끈을 스스로 잘랐다. 최측근인 승관조차 나중에 알았다. 돌발행동에 날뛰던 승관의 화가 무색하게도 석민은 태연했다. 이제 성적표 안 받아도 되니까 속은 후련하다. 석민은 호적 아래 보호자인 아버지의 동의를 받아낼 때마저 거창한 노력도 필요치 않았다. 유일한 혈육이었던 아버지는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동의서에 이름을 갈기고 집을 나갔다. 여느 가족 드라마처럼 자식의 행동을 매로 다스리거나 눈물로 막는 아버지는 없었다.

자퇴 후 교복을 중고로 내놨지만 하복과 동복 모두 상의만 팔렸다. 언제부터 교복 바지를 입고 오는 석민에게 네 다리가 워낙 길어 수선비가 더 나와 팔리지 않은 거라고 승관은 우스갯소리를 했다. 석민은 그나마 바지 때문에 경비 아저씨가 속는 거라고 했다. 그리고 아주 작게, 일부러 속아주는 걸지도 모른다고 승관은 중얼거렸다.

운동장에서 점심이 끝날 때까지 농구를 했다. 서로 구기 종목은 젬병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농구를 한다. 골대가 있는 하늘만 쳐다보면 그만인 게임이니까. 다만 겨드랑이를 공격하는 등 페어플레이를 지양하는 승관 때문에 석민의 3점 슛은 빗나가기 일쑤였다. 학교 종이 울리자 석민은 겉옷을 챙겼다.

— 다음 달 수능이라서 나랑 놀 시간도 없겠네.
— 이제부터 체력전인 거 몰라? 운동은 필수여.
— 담엔 내가 음료수 가져올게.
— 가게에서 제일 비싼 거.
— 원쁠원?
— 그럴 줄 알았다.

석민은 내려가는 길에 체크카드 잔금을 생각했다. 편의점까지 사십 분을 걷는 것도 나쁘지 않은 날씨였다. 학교 정류장을 지나 둘리 분식, 블루 클럽, 24시 미니 마트를 가로지른 느긋한 다리가 롯데리아 앞에 멈췄다. 석민은 생전 햄버거에 한 맺힌 귀신이 재수 없게 들러붙었다고 생각했다. 까만 트레이에 햄버거를 왕창 쌓아 놓고 옴팡지게 쳐 넣는 순영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아귀를 최대한 벌려도 만족스러운 한 입을 갖지 못하던 순영이 석민을 보자 푸- 하고 햄버거를 뿜었다.

— 너는 왜 햄버거를 가장자리만 먹어?
— 그럼 넌 부침개 먹을 때 어디부터 먼저 먹냐?
— 바삭한 끝부분.
— 같은 논리야.
— 완전 그리지(greasy)해 보이는데.
— 한글날 어제였고.
— 오늘 땡땡이?
— 급식 더럽게 맛없어.

순영은 나머지 모두를 석민에게 밀었다. 자퇴하더니 좋아 보이네. 넌 이어폰 끼고 내 말이 들리냐? 석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햄버거를 집었다. 주머니가 모자라 손에도 따로 챙겼다. 권순영 너는 왜 죽어가는 얼굴이야? 꼼꼼히 포장지를 확인하던 석민이 묻는다. 그보다 먼저 순영이 일어섰다.

나중에 일하는 곳 놀러 가면 라면이나 사줘라. 순영은 울리는 휴대폰을 가방에 넣고 지퍼를 잠갔다. 초코색 비슷한 물감을 덮은 상한 머리가 학교 반대 길로 사라진다. 저녁 거리가 생긴 석민은 기분 좋게 길을 걸었다.

일찍 인수인계를 마친 석민은 유튜브를 켰다. ‘수화 기초 뽀개기’를 보며 햄버거 소스로 진득한 손가락을 굴렸다. 저녁이 되면 작업복 입은 남자가 ‘말보루 레드’가 적힌 수첩을 보여주며 담배를 사러 오기 때문이다. 처음엔 말 섞기 싫어하는 수많은 사람 중 하나라고 치부했다. 그리고 며칠 뒤 편의점 문 앞에서 손짓으로만 영상통화를 하는 남자가 농아라는 사실을 알았다. 석민은 그날부터 틈틈이 수화를 배웠다. CS가 생명인 직업이니 이것도 일종의 서비스라고 생각하면 되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같은 것으로 드릴까요? 만 원 받았습니다. 서투른 모양새가 얼추 자연스러울 즈음 석민은 깨달았다. 수화는 소음 덩어리인 세상과 달랐다. 그 세계는 둥근 손등과, 손가락과, 손바닥에 마찰되어 부드럽게 튀어 오르는 수어가 있었다.

— [같은 담배로 드릴까요?]
— [고맙습니다]
— [날씨가 상당히 추워요]
— [벌써 겨울이네요]

남자는 외곽 공장의 노동자였다. 귀가 들리지 않으니 대화가 필요치 않은 곳에서 휴대폰 필름을 닦으며 돈벌이를 했다. 석민은 자신도 노동자라고 말했다. 학교에 다니지 않느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했다. 예전에 같이 입학한 친구들은 다음 달 수능을 보고 대학을 가겠지만 본인은 그렇지 않다고.




*




중학교 반에 삼십 명이 있으면 뒤에서 순위권을 거머쥐는 아이, 석민은 소위 특별지도 학생이었다. 담임이 교무실에서 학습을 강요하면 “전 오이를 보면 속이 울렁거리는데 수학이랑 영어를 보면 꼭 느낌이 그래요. 선생님인데 왜 이해는 안 해주고 억지로만 시키려고 해요?”라며 코를 후볐다. 방과 후 남은 석민의 그림자가 길어지고 반성문도 길어졌다.

잘못했습니다. 다신 어른들에게 말대꾸하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언제 대답해야 말대꾸가 아닌지 어떻게 아나요? 이것도 말대꾸인가요? 솔직한 열다섯의 석민은 혼이 나고, 몽당연필을 쥐고, 속마음을 썼다가 다시 지우개로 박박 지우고.

석민의 유일한 낙은 점심시간이었다. 그곳에서 친구들과 피워낸 이야기는 꽃이었고 학교가 준 상처를 재생하는 살점이었다. 그러나 2학기 중간고사 무렵부터 혼자가 되었다. 등수가 석민을 버렸기 때문이다.

어떤 날은 승관이 먼저 석민을 줄에 끼운 적도 있었다. 주변 눈초리가 불편한 석민은 방황했다. 복도를 지나던 담임은 석민의 팔을 우악스럽게 잡고 끝에 세웠다. 넌 여기지 인마. 꼴등은 남들 다 먹고 먹는 거야. 머리도 없는데 양심도 없어? 석민의 좌초된 얼굴이 바닥으로 꺼졌다. 승관이 다가오자 석민은 저지했다.

— 먼저 먹어.
— …….
— 원래 마지막이라서.

시험을 못 본 것뿐인데 혼자가 됐다. 꽃이 지고 살점이 떨어졌다. 눈물은 참을수록 헤아릴 수 없었다. 구석에 듬성듬성 난 꼴등들은 서로 등을 지고 밥을 먹었다. 석민은 서럽게 울었다. 그러게 왜 꼴등이니? 네가 잘했으면 같이 먹었겠지. 교장도 등을 돌렸다. 석민의 눈물이 하얗게 굳었다. 잔반 통에 밥을 버리고 메마른 눈물을 닦았다. 석민은 그날 이후 급식을 먹지 않았다. 매점에서 빵을 먹거나 그마저 돈이 없으면 책상에 엎드려 오지 않는 잠을 잤다.

석민은 스스로 혐오했다. 그 혐오감의 뿌리가 학교라는 것도 괴기했다. 해가 바뀌어도 선생의 탈을 쓴 자들로부터 버림받고 학위선양들로부터 밀려났으며 그들로부터 차별되고 낙오되었다. 주위를 둘러싼 모든 것들은 석민을 낙오자라고 말했다. 한동안 시달린 무력감은 석민을 절벽으로 내몰았다. 이곳에선 날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 모두가 병들고 아프다. 자퇴서를 쥔 석민이 되뇌었다. 나는 도망가야 한다. 전염되기 전에 어서 도망가야 한다.

해도 뜨고 지는 걸 반복하는데 저만 계속 꺼지는 것 같았어요. 꼴등, 9등급, 멍청한 새끼, 멍청한데 밥은 빨리 먹고 싶은 양심도 없는 새끼. 그땐 나를 다 쓰레기라고 손가락질하니까 샤워해도 악취가 났어요.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나?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싫어할까? 거울 앞에서도 계속 물어요. 너도 날 싫어해? 원래의 나는 어땠지? 어떻게 웃었지? 나는, 어떻게 살았지?

어떤 날은 정말 견딜 수 없어서 음악 듣는 척 이어폰을 끼고 다녔어요. 교무실에서 학급 성적 네가 다 말아먹는다고 욕할 때, 아니면 수준별 수업인가 그런 거 할 때, 선생님들 한숨 소리 같은 거 조금 줄여줄 때 그나마 방패 같더라구요. 자퇴해도 습관이 됐는지 계속 끼고 다녀요. 대놓고 욕하는 사람도 무시하는 사람도 없는데 아직은 무섭나 봐요.

수화를 배우기 시작한 이유는 첨엔 아저씨 때문이었는데요. 계속 배우다 보니까 저한테 필요한 거더라구요. 목소리를 내지 않아도 대화할 수 있잖아요. 제 주변은 너무 시끄러워서 이어폰을 껴도 귀가 아프거든요. 그런데 수화는 굳이 이어폰 찾지 않아도 되고. 이렇게 말하면 웃길 수도 있는데, 수화는 뇌랑 진짜 연결돼서 대화하는 느낌 같아요. 제가 함부로 말하는 사람들 때문에 너무 지쳐서 그런 걸 수도 있겠지만요.

혹시 재개발 공사장 있는 곳 아세요? 저번에 일 끝나고 지나가는데 건물 뼈대만 있어서 노을이 막 거기로 비추는 거예요. 진짜 예뻤어요. 색깔도 주황색만 있는 게 아니고 그 뭐지? 연한 빨간색도 있고 주변에 노란색도 좀 있고 약간 그라데이션 느낌이었는데 아무튼 인생 처음으로 가장 오래 본 빛이었거든요.

그걸 계속 보고 있는데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더라구요. 아래엔 에메랄드 바다가 보이고 하늘엔 노을이 터질 듯 반짝이는 그런 곳 있잖아요. 저 어디 남미 끝으로 가면 있다고 해서 돈을 좀 모을까 하는데…….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제가 사실 다음 달까지만 알바하고 공장 들어가거든요. 숙식 제공이라 밥걱정 안 해도 되고 잠도 다 같이 자니까 무섭지도 않겠죠? 월급도 많을 테니까 돈 걱정 안 해도 되고. 빨리 모아서 내려갈 거에요. 이러니까 꼭 버스 타고 갈 수 있는 것 같네요. 아무튼 꼭 볼 거예요. 노을.

A4용지 두 장 양면을 쓰고 나서야 남자와 석민의 대화가 끝이 났다. 안녕히 가세요. 또 오세요. 석민은 허리를 굽혔다. 남자는 수화로 답했다. 수화 기초를 배우는 석민에게 어렵고 긴 문장이었다. 그래도 ‘길’을 표현하는 건 알 수 있어 밝게 웃었다.

석민은 교대 직전 검은 비닐봉지에 폐기를 담았다. 참치김밥은 다음 타임 누나가 좋아하니까 남겨두기로 했다. 석민은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딱히 좋은 일도, 폐기를 욕심껏 담은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마음이 들떴다. 노을 때문이려나? 남미 그 어디에 있는 에메랄드 바다 바위에 앉아 선글라스 없이 볼 수 없는 터질 듯한 노을과 찬란한 바다를 느끼는 자신을 상상한다.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세븐틴/부석순] OFF ON OFF _ 소년의 기도 | 인스티즈

— 안녕히 가세요. 또 오세요.











— [살다 보니 알았어요. 길은 걸어야 길이고 남이 가지 않았다고 해서 길이 아닌 것은 아니라는 걸. 많은 것을 보고 느끼세요. 답은 책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어슴푸레한 새벽, 석민의 지하 방에도 눈이 내렸다. 따뜻한 온기가 굽은 등을 감싸며 시린 새벽을 돌봤다. 따뜻한 꿈, 지하에서 처음 꾸는 꿈이다. 빛이 소망을 묻자 두 손을 모았다.

이 길에선 걱정 없이 웃을 수 있기를.

석민은 기도했다.














[세븐틴/부석순] OFF ON OFF _ 소년의 기도 | 인스티즈

2. 순영 이야기

타임워치가 19분에서 멈췄다. 참고서 페이지도 처음과 같다. 불 꺼진 자리에 엎드린 순영은 죽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빠르게 넘어가는 책장과 샤프질이 거슬렸다. 수정 테이프가 감겨 머릿속에 박제됐다. 크게, 점점 더 크게. 입질이 온 손가락에 미약한 경련이 일었다. 악질적인 소음은 거친 숨소리를 크게, 점점 더 크게. 독서실 선반에 숨긴 약통을 다급하게 찾는다. 디데이 (D-day) 포스트잇이 떨어졌다. 모두의 시선이 한 곳으로 향한다. 호흡곤란이 온 순영은 밖으로 달렸다.

인적 드문 골목에서 알약을 삼켰다. 시멘트 바닥이 핑핑 돌았다. 금테 안경을 두른 늙은 약사가 일러준 하루 세 번 복용을 무시한 끔찍한 벌이었다. 지랄 맞은 다리마저 중심을 잃고 쓰러지자 순영은 완전히 무력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약 기운을 받고 호흡이 잦아들기 시작했을 때 그곳에선 자욱한 연기가 났다. 순영은 물웅덩이에 꽁초를 던지고 잔 연기를 마셨다.

공황장애 진단은 단순한 오진이라고 생각했다. 돌팔이 새끼. 동네 병원이 다 그렇지. 순영은 믿음직한 대학병원 진료실에 앉아 심하게 다리를 떨었다. 교실에 앉아 있으면 목구멍이 꽉 막혀요. 심장도 너무 빨리 뛰고 숨을 못 쉬겠어요. 옆에서 헛기침만 해도 메아리 같아요. 귀도 먹먹하고 어떨 때는 갑자기 안 들리고. 집에 와서 침대에 누워있으면 벽이 쪼그라드는데 이거 무슨 병이에요? 꿈도 절벽에서 떨어지거나 63빌딩에서 자살하고 아우 씨, 별 이상한 짓 다 해요. 내가 생각했을 때 공황장애는 아닌 것 같거든요? 그런 건 좀 우울증 있는 사람들한테만 오는 거잖아요? 그렇잖아요.

약국에 처방전을 수납한 순영은 아주 긴 시간을 앉아있었다. 믿음직한 대학병원으로부터 알아낸 병명은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한 공황장애. 수능을 앞둔 수험생이 겪는 수만 가지 병명 중 하나라고 했다. 시발. 순영은 실소했다. 우울증, 대인 기피증, 불안 장애, 호흡곤란이 고루 섞인 증세가 감히 자신을 갉아먹고 있다는 사실이 더러웠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불행하리만큼 어제도 기억하지 못하는 멍청한 뇌가 과거를 알 리 없다.

권순영 님? 하루에 세 번 챙겨 드시고 이건 따로 표시해둘 테니까 아침저녁에만 드세요. 금테 안경을 쓴 약사는 수험생을 위한 서비스라며 약봉지에 비타민을 넣었다. 약사는 과도하게 친절하고 말이 많았다. 순영은 가방에 구기듯 봉지를 쑤셔 넣고 버스에 올랐다. 생각할수록 기막힌 병이었다. 이런, 별, 씨. 색이 죽죽 빠진 머리를 헝클었다. 뽑힌 머리카락을 버리고 약사가 준 비타민을 먹었다. 뭔지는 몰라도 두피에 좋을 거라 생각하면서.

고가를 넘어 학원 촌으로 들어선 버스가 교복들을 실었다. 저녁에도 그들은 몸집보다 큰 짐을 등에 지고 고층 빌딩을 떠돌았다. 순영은 혀에 남은 단내를 넘기며 피로에 먹힌 그들을 훑었다. 악마에게 영혼을 판 인간들. 눈이 다 똑같아. 어느 정류장에서 그들은 하나로 뭉쳐 빠져나갔다. 이미 내렸어야 할 순영은 창밖으로 어둑한 하늘을 봤다. 버스는 학원 촌을 벗어나 도심 밖으로 달렸다.

— 신령님, 용왕님, 구슬 동자님, 나를 어디선가 보고 있다면, 당신네가 봐도 존나 불쌍한 영혼인 거 알고 있다면 제발 이 시간을 시리얼처럼 말아먹고 똥으로 배출한 뒤 무지개다리 건너 영영 사라지게 해주세요. 기도합니다. 나무아미타불.

성당에서 기도를 마치고 침으로 약을 삼켰다. 버스 종점에서 우연히 본 피사의 사탑 같은 허연 색이 마음에 들었던 순영은 성자들처럼 자리를 꿰찼다. LED 불빛 대신 촛불이 흐르고 무언의 기도로 희망을 찾는 미사포 사이에서 순영은 침묵했다. 딱딱한 목제 의자에 등을 받치고 눈을 감는다. 곧 잠이 찾아왔다.





*





부모가 되면 제 자식만큼은 특별하리라 여기는 불치병 렌즈를 낀다. 잘못된 것은 아니나 굴절이 심한 순영에겐 매일이 고역이었다. 21세기 대한민국 트렌드는 대학에 갈 재능이었고 그것은 순영을 학원에 처박아버렸다. 잘만 다니던 태권도도 끊고 앉은 책상에서 강사가 뭐라고 하는지, 문제의 답이 시그마 마그마였는지 동태눈으로 몇 시간을 때우다 보면 저녁이 찾아왔다. 같은 입시 학원에서 만난 승관은 밥을 먹으면서도 영단어를 외우는 미친 새끼였기에 순영은일찍 자습실로 올려보낸 후 자신과 같은 눈깔을 가진 아이들과 피시방을 갔다.

생각이 밖으로만 향했던 순영은 장장 6개월을 버티고 그만뒀다. 그만둔 것도 학원에서 진행한 학부모 상담 중에 일어났다. 이런 말씀 드리기 죄송하지만 순영이는 D반 자체도 버거워해서요. 어머님만 괜찮으시다면 초등학생 아이들과……. 아니 무턱대고 화내지 마시구요. 승관이는 SKY 반이라 순영이를 같은 반으로 넣는 건 많이 힘들어요. 요즘 초등학생들 수준이 높아서 순영이가 일단 수업을 한 번…….

그녀는 눈이 픽 돌아 순영의 손을 잡고 학원을 나왔다. 순영은 그녀가 매우 충격을 받았음을 직감했다. 하교 후 집에 오지 않으면 불같이 전화가 왔고 억지로 집에 와도 항상 과외 선생이 거실에 있었으니까.

권태로운 학교와 지겨운 잔소리에 지친 순영은 용돈의 절반을 피시방에 충전하고 회장님 의자에서 부족한 잠을 잤다. 원체 게임에 소질이 없어 잠이 오지 않는 날이면 석민을 불러 대신시켰다. 석민이 자퇴한 이후엔 승관을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그놈은 똘똘하고 멍청하고 대학에 혈안이 난 놈이어서 따로 건들지는 않았다.

그렇게 순영은 몇 해를 버텼다. 석민처럼 자퇴를 할까 생각해 본 적도 있었지만 금방 머릿속에서 지웠다. 사실 조금만 참으면 끝나는 게임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어차피 시간은 흐르고 버티면 주는 졸업장에 교복만 벗으면 앞으로 영원히 자신을 괴롭히지 못할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문제, 점수, 등급, 문제, 점수, 등급. 억지로, 오기로, 때론 지친 기색이 역력한 채로. 수험생이 된 순영은 평소처럼 첫 문제부터 끝까지 연필을 굴렸다. 마킹을 끝내도 50분이나 더 버텨야 하는 지루함에 책상에 엎드려 숨을 쉬었다.





딱. 딱. 딱. 딱. 딱.





시곗바늘이 순영을 쏜다.





딱. 딱. 딱. 딱. 딱.





크게, 더 크게.





어지러움에 본능적으로 손을 들었다. 그리고 기절. 승관은 순영을 엎고 양호실로 달렸다. 시험이 끝난 후 순영이 침대에서 눈을 뜨자 “네가 폐에 물이 찬 물고기처럼 퍼덕거렸어”라며 승관은 왕눈으로 말했다. 순영은 그날 동네 병원에서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일주일 뒤에는 대학병원. 문제, 점수, 등급, 그리고 약. 문제, 점수, 등급, 그리고 약. 괴로운 나날의 연속이었다.

— 공부도 안 하는 새끼가 뭔 스트레스가 있어서 공황장애래?
—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 하긴 오기 싫은 학교에 반나절 이상 묶여 있는데 몸이 반응하고도 남지. 석민이보다 네가 여태 자퇴 안 하는 게 더 용하다.
— 나도 그렇게 생각해.
— 왜 노려봐?
— 그냥 쳐다봤어.
— 그래? 빡친 줄 알았네.
— 야 씨, 원래 이렇게 태어났다고!
— 이건 진짜 빡쳤는데?





*





10월의 교실은 부쩍 말이 줄었다. 담임은 작년에 자퇴한 석민을 조롱하며 여기까지 온 너희들이 자랑스럽다 노란 이빨을 보이며 2등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자퇴가 빨간 줄도 아닌데 시발 자랑할 거 좆도 없네. 순영은 뒷자리에 엎드려 환하게 웃는 석민의 카톡 프로필 사진을 괜히 눌렀다. 야, 웃고 있는 네가 위너지. 넌 건치에다 이빨도 많잖아. 담탱이는 황니고 잇몸도 까매.

점심시간의 순영은 교실에 누워 하마처럼 하품했다. 승관은 청소도구함에 숨긴 농구공을 꺼내 바닥에 튀겼다. 이석민 그 새끼는 자퇴했는데 왜 자꾸 와? 순영이 반대로 돌아눕는다. 승관의 손을 탄 공이 그대로 순영의 등을 타격했다.

— 학교는 싫어해도 친구는 좋아했어. 그 친구 중에 너도 포함이고. 뭐 그새 까먹었다고 자랑이라도 할래?
— …….
— 갔다 온다.

쌀쌀한 날씨에도 창문은 활짝 열려 있다. 숨을 쉬면 미세한 입김이 부는 늦가을이었다. 운동장 멀리 승관의 목소리에 순영에게도 헛바람이 샜다. 서랍을 더듬어 알약과 물을 삼키고 삐쩍 곯은 나무를 지탱하는 하늘을 지그시 본다. 순영은 문득 날고 싶었다.





*





햄버거를 허겁지겁 쑤셔 넣었다. 이틀 동안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지 않았는데 오늘은 눈이 돌 정도로 허기가 졌다. 입이 작아 맘껏 즐기지 못해도 순영은 닥치는 대로 넣었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팠다. 세 번째 햄버거를 물었을 때 석민이 아는 체를 했다. 순영은 놀란 기색을 보였으나 바로 숨기고 퉁명스레 답했다.

— 오늘 땡땡이?
— 급식 더럽게 맛없어.

석민의 볼이 움푹 팼다. 원래 얼굴에 살은 없었는데 더 앙상했다. 순영은 남은 햄버거를 몽땅 석민에게 밀었다. 자퇴하더니 좋아 보이네. 넌 이어폰 끼고 내 말이 들리냐? 매번 음악이 나오지도 않는 것을 끼고 있다는 것쯤 알고 있었다. 하지만 따로 묻지는 않았다. 석민은 주머니로 생성된 모든 곳에 햄버거를 집어넣고 나머지는 양손에 움켜쥐었다.

나중에 일하는 곳 놀러 가면 라면이나 사줘라. 매장을 빠져나온 순영은 학교와 반대로 걸었다. 자리에서 햄버거를 자신보다 더 빠르게 먹어 치우는 석민을 보던 순영은 이내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아까 학교에서 날고 싶다는 생각했어요. 그런데 전 날개가 없잖아요? 처음부터 만들어줬으면 이런 고민도 안 했을 텐데. 오늘은 길게 말할 거라 먼저 약 좀 먹고요. 안 먹고 랩 하다가 호흡곤란 와서 죽어도 책임 안 질 거 다 아니까.

음, 아. 아무튼 내가 전생에 어떤 미친 덕을 쌓았길래 왜 집에서 아직도 포기를 안 하는지 모르겠네요. 이제라도 공부하면 한양대를 갈 수 있다고 하는데 그게 말이나 됩니까? 내가 공부는 못 해도 올라갈 수 있는 나무 정도는 구분하거든요. 못 올라가는 건 아예 쳐다보지도 않아요. 아니 한양대가 무슨 옆집 개 이름입니까? 

그리고 집에 돈 열리는 나무가 있나? 과외를 돈 백만 원씩 돌리려고 하는데 아우 그걸 받아 처먹을 수 있는 부승관 같은 새끼들한테 써야지 나 같은 놈한테 쓰면 투자가 되냐? 후우, 반말은 혼잣말입니다. 대졸씩이나 하신 분들이 왜 그걸 모르냐는 거에요 내 말은.

이제 똑같은 말 하는 것도 힘들어. 지쳤다구요. 그만하고 싶어. 가슴에 모래가 섞인 느낌이라고 하면 신령님들이 알려나. 하기 싫어도 존나 참고 계속하면 이기는 거겠지 했는데 내가 얻은 게 뭐야. 나보고 공황장애래요. 뭘 하다가 병났으면 아 그때 그러지 말 걸 후회라도 하지 솔직히 난 뭐 한 것도 없어.

알잖아요, 그냥 존나 버틴 거. 근데 시간은 시간대로 가고 병은 병대로 얻었다고. 나한테 너무한 거 아닌가? 이번 건 좀 제대로 앉아서 들어봐요.

계속 잠도 와.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해도 잠이 와요. 이따가 자기 전에 약 또 먹어야 돼. 나 진짜 불쌍하지 않아요? 하기 싫은 거 억지로 하는 것만큼 존나 불쌍하고 안쓰러운 게 어디 있다고 병까지 주냐? 아 됐어, 다 끝난 마당에 뭘 탓하겠어요. 얼른 시간이나 지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당신네도 이런 기도 같지 않은 걸로 고막 테러 안 당해도 되잖아요. 한 달 남았다. 아멘. 해산.

무교인 순영의 기도가 끝나고 때맞춰 사람들이 들어왔다. 단체에서 온 듯한 인원이 성당을 독식했다. 부모인 그들은 부적과 염주를 숨기고 옆집 신에게 수능 대박을 염원했다. 미사포의 고귀함이 오염되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직감한 순영은 그들을 지나쳐 출구에 섰다. 그리고 기도했다.

대한민국 교육부 존나 망해라.















Q. 수능 끝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짓은?
A. 석민이네 편의점 가서 라면 먹기
Q. 그건 그 전에 해도 될 텐데?
A. 고삼이니까 대시험에 대한 예의 같은?
Q. 부승관의 올 1등급을 예상하시는지?
A. 우리 중에 너라도 잘 되야지.
Q. 아니 그러니까 예상 하시는지?
A. 나이티 나인 퍼센트.
Q. 나머지 일 퍼는?
A. 인간미. 어, 야 석민이한테 전화 왔다.
Q. 큐앤에이 시간인데?
A. 야, 여보세요? 어? 어딜 간다고? 공장?
Q. 공장? 왜? 이석민 왜?
A. 미친놈, 공장에 귀신 존나 많어.
Q. 귀신 왜? 폐가 간대?
















[세븐틴/부석순] OFF ON OFF _ 소년의 기도 | 인스티즈

3. 승관 이야기

승관은 어릴 적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강했다. 유치원 체육대회 달리기에서 1등에게만 쏟아지는 주목과 목걸이를 보며 자신은 아무것도 아닌, 그저 3등에 지나지 않음을 어린 나이에 실감해야만 했다.

왜 사람들은 날 보지 않을까? 일곱 명 중에서 3등이나 했는데 왜 칭찬해 주지 않을까? 다 불은 눈으로 목걸이에 달린 호루라기를 불며 승관은 생각했다. 사람들이 날 보게 하려면 1등을 해야겠다. 뭐든, 다, 죽을힘을 다해서. 다음부터 이 목걸이는 나만 가질 수 있게.

머리가 커지고 점수와 등급에 민감한 나이가 되자 동네에서는 승관을 모르는 사람들이 없었다. 고등학교 입학 당시 수석 장학금을 받고 들어온 승관은 학교의 미래이자 부모의 자랑이 되었다. 동시에 부러움과 시기의 대상이기도 했다.

— 쫄려? 그럼 너도 일등 해.
— …….
— 언제 짓밟고 올라가? 시간 얼마 안 남았어.

복도에서 시비가 붙으면 옆 반과 3층에서 석민과 순영이 달려와 싸움을 말렸다. 승관 대신 맞는 건 석민이, 패는 건 순영의 몫이었다. 학생부실에 불려가는 것도 그들이었고 학교는 승관을 따로 불러 면담을 했다. 교무실을 빠져나온 승관은 뒷마당 벤치에 앉아 주머니 속 라이터를 만졌다.

뼈와 살을 깎아 이 자리까지 왔다. 남들에게 인정받는 게 어디 쉬운가? 고통스러운 만큼 돌아온다는 믿음은 책상에 14시간씩 앉아 5분 쪽잠을 자는 자신으로부터 증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허전했다.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공허함이 있었다.

정상을 차지하는 것이 행복이었다. 그토록 바랐던 주목과 부러움과 시기를 받고, 울며 떼를 써도 공짜로 주는 목걸이는 더 이상 없지만, 냉정한 세상에서 실력대로 주는 값비싼 목걸이를 걸고 있으니 아주 멋진 인생을 사는 거라고. 이대로 대학까지 가면 부모님은 평생 자랑해도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승관은 공허했다. 아직 찾지 못한 이유를 향해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주기적으로 순찰하는 경비는 연기를 가리키며 호루라기를 불었다. 저놈의 호루라기, 승관은 뒷문으로 도망치며 어릴 적 달리기를 회상했다. 3등, 목걸이, 우는 나. 뇌가 하얘진다. 오래된 고질병의 원인을 찾은 걸지도 몰랐다.





*





석민이 자퇴한 사실을 알게 된 승관은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대학은? 대학 안 가? 어떻게 먹고 살려고? 검정고시 볼 거야? 담임은 뭐라고 했는데? 미쳤냐 새끼야? 그게 말이 돼? 승관은 자기 일처럼 불같이 화를 냈다. 어떻게 그리 쉽게 결정할 수 있냐고.

자간을 쪼개 살펴보면 승관의 속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고등학교 중퇴에 남들이 널 어떻게 바라볼지 생각하지 않는 걸 보니 분명 후회할 거다, 어떻게 성공할 수 있을까, 어떻게 인정받는 삶을 살 수 있을까, 이석민 넌 참 바보라는 것이다.

— 낙오자가 아닌데 공부 좀 못 한다고 낙오자 소리 듣는 게 싫어졌어.
— 자퇴하면 그런 소리 안 들어? 밖에선 더 듣는다고 새끼야!
— 밖은 도망칠 곳이라도 있잖아. 어떤 곳이 싫으면 다신 돌아가지 않아도 되고. 근데 학교는 묶어 두고 패잖아. 싫어도 다시 돌아가야 하고.
— 알겠어, 알겠으니까 검정고시 보자 어? 대학은 가자. 고졸 중퇴랑 대학에 발이라도 담근 거랑 사람들 보는 시선이 달라져. 보는 눈이 바뀐다고.
— 남들이 뭐가 중요한데?
— 뭐?
— 내가 싫다는데 남 때문에 검정고시를 보고 대학을 가야 하는 것처럼 네가 말하잖아. 남이 왜 남인데? 내가 아니니까 남이지. 내가 싫다고. 그 사람들이 날 어떻게 보든 말든 상관 안 해. 내가 싫어.
— 후회 안 해?
— 이제 성적표 안 받아도 되니까 속은 후련하다.

석민은 아르바이트를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 부승관 너 있잖아, 사람들 말고 스스로 널 생각해 본 적 있어?
— …….
— 그 사람들이 인정해 주지 않으면 네 존재가 없어지는 것 같아서.
— …….
— 아까부터 계속 사람들 얘기 꺼내길래.

승관은 석민이 떠나기 전 남긴 말을 곱씹었다. 뭘까? 뭐였지? 맞아, 인정받고 싶어 했잖아. 원하던 일이었잖아. 1등 하고 싶었잖아. 3등이 싫었잖아. 당당히 목걸이 받고 싶었잖아.

— 부승관 너 있잖아, 사람들 말고 스스로 널 생각해 본적 있어?
— …….
— 그 사람들이 없으면 네 존재도 없어지는 것 같아서.

호루라기 소리가 들려온다. 고질병은 그날부터였다. 1등을 하지 않으면 받지 못할 관심을 갖고 싶어서, 제일 먼저 목걸이를 걸고 싶어서, 꼭대기가 아니면 소용없다는 강박관념이 지금의 병을 만들었다. 승관은 이마를 감쌌다.

— 인정받지 못하면 날 부정하게 돼.
……
— 어쩔 수 없어. 그렇게 살아온 걸 어떡해.

다음날 수업에 매진하던 승관은 석민의 빈 자리를 쳐다봤다. 항상 커튼을 치워 두고 창밖을 보던 석민은 어떤 생각을 했었을까. 대각선에서 순영이 승관을 조용히 부르며 휴대폰을 가리켰다. 편의점에서 강도를 잡은 석민이 이번 주에 경찰서에서 표창장을 받을 거라고 자랑했다는 문자.

수업이 끝난 후 승관은 유성 매직으로 석민의 자리에 ‘100’을 새겼다. 넌 점수를 졸라 싫어하는 놈이지만 난 점수로 말하는 인간이라 이것밖에 없다. 넌 백 점이야. 내가 인정한 첫 번째 사람이니까 어디 가도 쫄지 말고 어깨 당당히 펴라고.





*





석민이 학교에 찾아오는 날이면 이런저런 이야기로 세상 안팎을 공유했다. 살이 조금 더 빠진 것만 제외하면 석민은 자유로워 보였다. 이젠 일상이 되어버린 농구 게임이 끝나면 석민은 교문 밖으로 승관은 학교로 돌아간다. 각자의 길은 달랐지만 서로를 응원했다. 석민은 현실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고 승관은 집중이 필요한 시기였기에 짧은 만남은 더욱 소중했다.

승관은 교실에 앉아 석민과 자주 들었던 음악 볼륨을 키웠다. 집중력이 흐트러질 때면 교과서를 쌓아 그 위에서 코를 고는 순영을 보며 지루함을 없앴다. 그렇게 낮이 밤이 되고, 그 밤이 다시 밝아지고, 매일 반복되는 날들이 승관의 곁을 지나쳤다.

이 이야기는 드라마가 아니기에 어느 날 각성한 주인공이 세상과 맞서 싸우며 정의의 깃발을 쥐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승관은 순응하는 쪽을 택했다. 자신이 걸어온 길의 끝을 맺고 싶었기 때문이다.





*





몇 주 뒤, 학교에서 공고가 날라왔다. T 잡지사 청소년 칼럼에 수험생의 글을 넣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시간을 뺏기기 두려운 아이들 사이에서 승관은 자의로 펜을 잡았다. 꼭 하고 싶었던 말, 모두가 알아줬으면 하는 것들, 석민을 위해, 자신을 위해.

— 오늘 영하인가?
— 개 춥다.
— 패딩 입고 올걸.
— 내 말이.

승관은 순영과 고가 도로 다리를 걸었다. 여긴 버스 타고 지나다녔는데 걸어도 괜찮네. 얼어 죽는 것만 빼면. 목 끝까지 지퍼를 채운 승관은 코가 빨개진 순영의 눈치를 살폈다. 왜 갑자기 멈춰? 바람 쐬고 싶다고 해서 기껏 와줬더니. 순영은 승관의 투덜거림을 무시한 채 강둑 철새들에게 새우깡을 뿌렸다.

먹이 금지 표지판 앞에서 당당히 과자를 던지는 순영의 팔을 잡는다. 미친놈아 먹이 금지라고. 쟤네 갈매기아니여. 승관은 과자를 빼앗아 철새 대신 먹었다. 우리는 왜 힘들까? 순영은 후드 깊숙이 얼굴을 숨기며 물었다. 우리는 왜 힘들지? 입가 부스러기를 털어낸 승관은 가라앉은 순영을 보며 답했다.

— 우리니까 힘들지. 여기서 태어나고 교복 입은 우리니까 힘들지.
— 나는 대학 안 갈 건데 이거 언제까지 욕 먹겠냐.
— 아마 300년 후에는 대학 안 가는 게 유행이지 않을까?
— 대학도 유행이 있나?
— 300년 후 생각하는 건데 아무거나 생각하지 뭐.
— 종교 통합?
— 그건 우주 팽창이 다시 일어나도 안 될 것 같은데.
— 소원 하나 말해봐.
— 뭔 소원?
— 나 성당 다녀.
— 성당을 다닌다고? 회개하러?
— 없냐?
— 성경이 데스노트고?
— 싫음 말고.
— 교육부 망해라.
— 오케이.





*





11월의 승관은 운동장에서 노을을 봤다. 지금쯤 석민은 공장에서 열심히 돈을 벌고 있을까? 남미에서 보는 노을이나 여기서 보는 거나 죽여주는 건 확실한데. 시험이 끝난 후 부모를 찾아 달리는 그들의 긴 그림자를 따라 천천히 걷는다. 발걸음이 서서히 느려지고 승관은 고개를 떨궜다.

결국 수능은 끝났다. 모든 것을 쏟은 승관에게 남은 것은 없었다. 하지만 고개를 든 얼굴은 웃고 있었다. 남들의 시선을 빌리지 않고 최선을 다한 자신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승관은 그날 기도했다. 이왕 끝까지 갔으니 후한 점수나 받아보자고.

순영은 지각해 시험을 보지 못했다. 고의성이 다분했지만 그 또한 순영의 선택이었다. 교문을 지나자 석민, 순영으로부터 동시에 문자가 도착했다. 축 처진 눈이 웃는다. 진작 잃어버린 진실된 눈빛이었다.

이어폰을 끼고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어느 래퍼의 노래가 승관의 귀를 넘었다. 공짜로 생명을 얻은 날부터 삶은 교묘한 장난을 멈추지 않고, 행복은 우선시되는 무언가에 늘 묻혀 있으며, 그것은 화려한 꽃밭 틈에서 찾는 네 잎 클로버라고.

승관은 300년 후를 눈을 감고 제멋대로 상상했다. 그곳에는 수능도 없고 낙오자도 없다. 모두가 차별 없이 인격적으로 대우받으며 누구나 행복했다. 누구나, 누구든, 네 잎 클로버 하나쯤은 쉽게 안고 사는 세상이었다.




















Epilogue.

4. 나의 이야기

나의 우울은 언제 끝날까? 시험이 끝나면 사라질까? 학교를 졸업하면 사라질까? 나의 우울은, 불안함은, 걱정은, 힘듦은 어느 수준에 도달해야 소멸될 수 있을까?

책상 앞에 있어도 문제가 들어오지 않는다. 숨만 쉬는 송장 같다. 이 시간이 너무 고통스럽다.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나도 남들처럼 웃고 싶다. 책상 앞에서 흘린 눈물을 모조리 쓸어 아주 먼 바닷가에 던져버리고 싶다.

너무 힘들다. 도망치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는 뇌를 멈추고 싶다. 나사를 모조리 빼서 버리고 싶은데 차마 그러지 못하는 내가 싫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시간만 보내는 내가 너무 싫다. 답답함을 해소하고 싶은데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무기력하다.

먼 미래의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미래의 나는 적어도 과거의 날, 지금의 날 위로하며 웃고 있기를 바라본다. 아주 오래 전 시작한 달리기의 결승점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그렇게 생각해 본다.

20xx년 수능을 앞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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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도제에요. 수능이 어느덧 이주도 채 안남았네요 교실 풍경은 보면 참 많은 생각이 들어요. 우린 아직 아무 것도 모르는데 교실에 갇혀서 아무것도 경험 하지 못했는데 열아홉 망충이들 그냥 그렇단 얘기만 믿고 세상이 그것뿐인양 문제집만 펼쳐요.따르지 않으면 그저 객기로만 여겨지는게 야속하면서도 진짜 경험해보질 못했으니 결국 진실이라는게 뭔지 또 무섭게 다가와서 입을 다물게 돼요.다들 어떻게 이러고 살까요?어떻게 이시간을 견뎌냈을까.거 참 신기하네요..올해 저의 목표는 지나간 나를 원망하지 않기인데 잘 되고있나 모르겠네요 작가님 다음글이 올라올 때면 알게 되려나.오늘도 글 잘보구 가요 부석순 삼총사 얘기 진짜 저랑 제 친구들 얘기같아서 신기했어요ㅋㅋㅋㅋ겨울이 와요 작가님.감기 조심하시고 주머니에 지폐 챙겨다니셔욧 붕어빵의 계절이에요..🌟다음글도 기다릴게요🎶🎵
4년 전
1323
아니 도제님 어떻게 매번 댓글을 남겨주시는지 손수건이 다 젖어서 말릴 시간이 없잖아요 ㅜㅡㅜ 그래서 다음 글의 주인공은 누구죠? 알려주시면 그대로 반영이 됩니다 🥰🥰 지금 주머니에 오천원 있는데 같이 슈크림 붕어빵 먹어요 별미인 꼬리는 특별히 도제님 드릴게요 🥰🥰
4년 전
독자2
아 니 자 까 님 ㅠ저는 맨날 버선발로 뛰쳐나올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전 정말 성공했어요 붕어빵 꼬리에다 다음글 주인공을 정하는영광이라니........,.,.,.,.,.,.,.,.,.작가님 그리고 봄,겨울하면 이지훈이 떠오르는데 와 헐 그러고 보니 작년 지훈이 생일에 올려주신 글 벌써 1년이네요 와 진짜 시간 빠르다.......그게 1323작가님 첫긓이어써!!!!!!!!!!!아니 어쨌든 ㅠㅠㅠ누가 조을까요???전 작가님이 그려주시는 이찬도 궁금허네욧 호호 행복한 고민이에요 저번에 쿱스 글도 넘 조아서 벽 때려부순 기억때문에 또 보고싶기도하고 헉 작가님 저 스무살기념((어쩔
핫 부끄러 음핫핫 싶은 으른의 연애 글도 보고싶꼬ㅎㅎ.ㅎㅎㅎ.ㅎ. 말하자묜 긑이 없네요.. 말이..너무..많져...? 다 좋단 말이다 ㅠㅠ.........

4년 전
1323
햅삐벌쓰데이 지훈이가 벌써 1주년이라구요? 분명히 어제 올렸는데요? ㅠㅜ 흑흑 그렇다는 말은 도제님과 제 사이도 그만큼의 시간이 흘렀다는 뜻이잖아요? 행복해요 사랑해요 고백해서 미안해요 근데 좋아하는 걸 뭐 어떡해 그쵸 희희 일단 주인공들 줍줍하고 갑니다 도제님은 쿱스 글이 취향이셨구나 잘 알아갑니다 ^ ^ 으른의 연애라..... 으른은 뭘 자꾸 벗기고 풀어야 하는데 괜찮아요? 저는 항상 괜찮아요 ^ ^
4년 전
독자5
자가님의 모든 글이 저으 취향 그 자체입니다........ .. . . . .벗기고 풀어요.....??아주 오예입니다.경건히 기다릴게요ㅠ저 어제 수시 떨어져버리구 왕왕 울었는데 힐링이고 위로는 딱히 별게아닌 것 같아요.그냥 좋아하는 글, 좋아하는 음악,좋아하는 사람만 마주해도 기분이 훨씬 맑아져요 그런 의미에서 늘 감사합니다 작가님💖💙💖💙💖💙좋은하루보내세요🏋️🏋️🏋️
4년 전
비회원85.120
안녕하세요, 작가님. 바쁨을 핑계로 전 글 읽고도 댓글 못 단 YKILU입니다. 언젠가 작가님과 했던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여전히 바라보고만 있는 저는 방관자고요. 글이 조금 아프고, 안타까워요. 모두에게 틀린 길은 없으며 각자에게 맞는 길이 있을 거라 믿어요. 이렇게 말해도 사실 제 길만은 확신 못 하지만요. 모든 걸 얻을 수는 없잖아요. 제가 이 글만큼의 고통을 얻진 않아도 다른 걸 잃는 것처럼. 얻는 동시에 잃고, 잃는 동시에 얻고 있어요. 인생이 원래 그런 거잖아요. 뜬금없지만 작가님의 길도, 글도 늘 응원해요. 아프지 않은 하루 보내시길.
4년 전
1323
YKILU님께 제 글이 잃는 것 없이 얻는 휴식과 같기를 바라요. 항상 절 응원한다는 말씀을 오늘은 제가 더 드리고 싶네요 :)
4년 전
독자3
작가님 안녕하세요! 매번 챙겨보다 이렇게 작가님 글에 댓글을 다는 건 처음인 것 같아요! 오늘 글은 유독 더 정독을 했던 것 같아요. 이제 진짜 수능이 얼마 안남았죠? 저 또한 그 시기를 거쳐왔기에 수험생들의 마음이 어떤지도, 글 속 부석순 아이들의 마음이 어떤지도 어렴풋이 알 것만 같아요. 사람마다 힘듦의 경중이 다르잖아요. 그래서 그 힘듦이라는 건 쉽게 논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지금 이 글을 보고서도 부석순 아이들의 마음이 얼마나 힘든건지 그걸 어떤 마음으로 이겨내는건지 쉽게 생각할 수 없는 것 처럼요.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그 시기를 어떻게 지내왔는지 그 때의 제가 참 대단하다 싶기도 하고, 그래서 모든 수험생들이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해요. 보통 댓글을 단다면 저는 늘 주접이 먼저 나왔는데 작가님께 쓰는 첫 댓글은 진지한 댓글이 되어버렸네요ㅎㅎㅎ 아직도 일교차가 많이 심해요. 감기 조심하시고 저는 그럼 이만 다음 글 기다릴게요!💕
4년 전
1323
맞아요 각자 가진 힘듦을 섣불리 판단하고 위로할 수 없는, 그래서 더 조심스러운 시기인 것 같아요. 독자님의 요즘은 어떤가요? 궁금해지는 밤이네요! 저도 주접 미치게 좋아합니다(? 다음 글에서 만나요!
4년 전
비회원21.238
안녕하세요, 작가님. 작가님 글 소재도 좋아하고 필체도 좋아해서 매번 글 올리실 때마다 하던 일도 멈추고 읽었었는데 오늘 처음으로 댓글을 달아요. 저는 수능을 11일 앞둔 현역 고3이에요. 수능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하단 소리는 중학교 3년, 고등학교 2년을 지내면서 귀가 닳도록 들었는데 고3이 되니까 실감이 나면서 갑자기 무서워지기 시작하더라구요. 내가 지금 열심히 하고 있는게 맞는 건지, 과연 수미잡이긴 하지만 내가 디데이 날 인생에서 최고의 순간을 맛볼 수 있을까 심히 걱정되고 불안하던 한 주를 보내서 그런지 유독 오늘 부석순 친구들의 이야기에 몰입해서 읽었던 것 같아요. 수능이 다가 아니야, 대학을 못 간다고 너의 인생이 끝나진 않아, 수없이 많은 위로를 받고 받아봐도 수능생 입장에서는 그냥 귀로 흘러들어가서 나오는 지나가는 말밖에 되지 않더라구요. 단 시험지 몇 장에 벌벌 떠는 제 자신이 불쌍하고, 이해가 되지 않고, 그깟 시험이 뭐라고 무서워하는 제가 안타까웠어요. 고3 우울증, 선배들의 입에서 들을 땐 뭐? 고3 우울증도 있어? 라며 웃고 넘겼는데 고3이 시작되고 보낸 모든 순간을 지금 되돌아보니 나 참 많이 아팠구나, 그랬구나 생각도 들더라구요. 석민이처럼 자퇴를 수십번 생각했지만 결국 버텨서 수능을 보게 되었고, 순영이처럼 학교 학원 다 째고 싶었지만 당장 오늘도 다녀왔고, 승관이처럼 인정받지 못하면 나를 부정하게 되었어요. 그 숫자들 사이에 나를 묶어두기 싫은데 묶여지는 저를 가만히 바라만 볼 수밖에 없고 그게 당연한 거라 여겼던 건 아닌지, 너무 나를 매몰차게 대하진 않았나 글을 읽으면서 반성했던 것 같아요. 저는 저에게 냉정하려고만 하고 채찍만 주는 사람이려고 하거든요. 근데 이제 끝이 보이니까 조금은 관대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요. 아직 열아홉이니까 그래도 되는거잖아요. ...그렇겠죠...?
스무 살을 맞이할 세 아이들에게도, 저에게도, 그리고 작가님께도 행복한 미래만이 남아있길 간절히 바래요.
댓글을 다는 와중에 12시가 지나 10일이 남았네요, 부석순 친구들 이야기를 읽어서 제 이야기도 들려드리고 싶었어요. 점점 추워지네요, 감기 조심하세요! 이른 새벽에 위로받고 가요, 다음 글도 기다릴게요💕

4년 전
1323
피날레는 겉으로 화려해 보이지만 그곳에 도달하기까지 감내한 고통은 헤아릴 수 없는 것 같아요. 이제 곧 마지막 스테이지네요. 충분히 잘했다고 수없이 말해주세요. 독자님의 새벽이 따뜻하길 바랍니다 💕
4년 전
독자4
안녕하세요 작가님:) 이리저리 글을 쓰다가 결국 다 지워버렸어요 그 시절을 겪어왔음에도 어떠한 위로가 정답인 지 모르겠더라고요 .. 정답은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가 되고 싶지는 않아서 결국 그냥 시답잖은 댓글만 달고 가요. 작가님의 밤이 편안하기를 바랄게요 다음에 또 봬요ˋᗜˊ
4년 전
1323
사실 저도 그래요. 어떠한 말을 한들 그 시기를 위로할 수 있을까 싶어서요. 독자님도 편안한 밤 되세요 :)

+ 이모지 순영인가요? ㅎㅎ 너무 귀엽 ㅜㅜ

4년 전
비회원176.22
안녕하세요 작가님! 며칠 전 수능을 치고 온 현역이랍니다 ㅠㅠ... 수험생활 중에 작가님 글을 보는게 낙이었는데 마지막에 다다를수록 그것조차도 못 하고 열심히 스퍼트만 올리고 있었어요.. ㅋㅋ 그렇게 해서 결국에 잘 된 건지도 모르겠는게 너무 아이러니하고 답답하다가도 이제 해방이라는 생각에 미친 듯 놀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작가님 글 정주행하려던 중에 이 글을 발견했네요. 이상하리만치 깨끗하게, 남김없이 지워버렸고 또 기억도 안나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작가님의 부석순을 보니까 또 그 지옥같던 나날들이 생각이 나네요... 결말이야 어찌됐든 잘 버텼다! 라고 위안하면서도 그 결말이 나오는 12월 4일이 다가올수록 또 다시 땅밑으로 꺼지는 기분이에요... 부석순은 나름의 행복을 찾아가는 것 같으니 저도 부석순을 따라가야하는 거겠죠...? 히히 석민이 이야기의 청각장애인분께서 해주신 말씀이 정말 맞는 말인 것 같아요 ㅠㅠ.. 저를 돌아보게 하는 글이었어요. 감사합니다!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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