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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성 in EXO





W. 치료제




Pro.





사람들에게 4년이 긴지 짧은지 묻는다면 누구는 짧다, 누구는 길다는 제각각의 답이 나올 것이다. 현재 20살의 나에게는 지난 연습생 기간 4년은 치가 떨리도록 긴 시간이었다. 물론 나보다 긴 시간을 연습생으로 보내야 했던 사람들도 있었다. 내 눈앞의 있는 남자들 중 몇 명도 나보다 오랜 기간 연습생 생활을 했던 선배였다.




"이번 활동 때 여주가 합류하게 될 거야."


"……."


"……."


"들어가게 되는 이유는 앞에 설명 다했고, 이미 결정 난 사항이니 나가봐."




다시 생각해봐도 어이가 없어서 말도 잘 안 나오는 회사의 일방적인 통보였다. 나조차 제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데 내 앞의 그들이라고 멀쩡할까. 실장님이 불러서 갔더니 빅엿을 주었고 말이 끝났으니 나가라고 내쫓듯이 우리를 문밖으로 내보냈다. 언뜻 봤었던 엑소 선배님들의 매니저 오빠가 안내해주는 길로 나는 손을 벌벌 떨며 연습실로 들어갔다. 자신도 눈치가 보이는지 잠시 얘기하고 있으라고 친절하게 문까지 닫아주면서 나갔고 바닥에 앉은 우리는 아무 말도 없었다.



그런 정적 속에서 아무리 기가 센 나라고 해도 자연스레 그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이 나보다 선배였다. 몇몇은 나보다 연습생 기간이 짧았다 하더라도 이미 데뷔까지 하였으니 선배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런 그들에게 일개 연습생 한 명이 끼어들어가게 되었다. 그것은 친한 사이라도 불쾌감을 안겨줄 수 있는 것이었고 게다가 그 팀이 보이그룹에 한창 잘 나가는 대세 그룹이고 그 속에 들어가는 연습생이 여자라면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연습생을 실장 실로 호출하는 건 드문 일이었다. 그런 일이 나에게 일어났고 관계자를 따라 나가는 나를 다른 연습생 애들은 부럽다는 듯이 쳐다봤다. 데뷔반에서 솔로로 기획되고 있던 나였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가졌던 건 사실이었다.




그런 내가 문들 열고 들어서자 웬 남자들이 우글우글했다. 그 남자들이 우리 회사의 엑소라는 걸 알아채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고 그때까지만 해도 그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들어오는 나를 보는 선배님들도 얼굴에 의문이 쓰여 있었다.



 

그런 우리에게 돌아오는 건 날벼락이었다. 갑작스레 나의 엑소 합류가 결정 났다고 전하는 실장님의 말이 잘 이해가지 않았다. 그 뜻을 이해하자마자 내보일 수 있는 감정은 경악뿐이었다. 그 당시는 내가 너무 놀라서 주변을 신경 쓸 수 없었지만 드문드문 기억하는 목소리들로는 그들도 충분히 놀랐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두 명이 탈퇴한 이 시점에 새 멤버가 들어가 인원을 채우고 이미지를 좋게 한다… 였던가. 참 되짚어 봐도 허울 좋은 구실밖에 되지 않았다. 한창 이름을 날리고 있고 열심히 활동해야 하는 그룹에 멤버가 두 명이나 빠졌다는 것은 회사에서도 큰 손실이었고 대중들도 놀라는 사실이었다. 그 외에도 크고 작은 일들이 있었고 그것은 대중들이 충분히 이미지를 안 좋게 기억하는 일들이었다. 더군다나 그들을 좋아하는 팬들조차 멘붕인 상태였다.




그런 상태에 여자 멤버가 투입된다니? 그야말로 안티들이 제대로 뛰어놀 수 있게 놀이터를 만들어주고 팬들은 분노하게 하는 짓이었다.



 

이미지를 좋게 한다니? 남자 10명에 여자 1명. 그것만 봐도 무슨 소문들이 생길지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삼대 기획사 중 하나이고 팬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는 회사의 결정을 이번에는 도저히 이해할 수도 예측할 수도 없었다.


 


* * *


 


15살에 길거리 캐스팅을 당했다. 티브이 속에 나오던 연예인들을 동경하던 어린 날의 나는 좋아하며 무작정 그 소속사에 가서 오디션을 보았고 몇 번이나 걸쳐서 심사한 결과 16살 때 대형 기획사 SM 엔터테이먼트의 연습생이 되었다.




연습생이 되서부터는 치열한 경쟁의 나날이었다. 예비 팀들이 짜여 있었지만 그 소속된 팀에서조차 유대감보다는 시기, 질투, 환멸 그 모든 것을 견뎌내야 했다. 애초에 5명이서 이루어진 여자 연습생조에 추가로 들어가게 된 나는 그들에게 반가운 인물이 아니었다. 연습생이 되자마자 바로 데뷔반으로 올라온 나는 낙하산이라는 말을 들었어야 했다. 게다가 그 분위기 속에서 트레이너 선생님들이 유독 나를 예뻐한다면 그것은 배가 되었다.



분명 캐스팅을 당해서 남들이 다 한다는 오디션을 보고 정정당당히 합격해서 연습생이 되었지만 이미 나를 배척하는 애들에게 그런 말을 씨알도 안 먹힐 것을 알았고 내성적인 나는 해명을 하려 들지도 않았다.


 

그 행동을 후회하게 된 거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낙하산이라는 소문이 연습생들 사이에 빠르게 퍼져나갔고 그 소문은 살이 붙여지고 양념이 뿌려져서 스폰이 있다는 소문까지 들리게 되었다. 물론 대형 소속사에 스폰이 있을 수가 없다는 걸 아는 꽤 오랫동안 연습했던 연습생들이나 회사 관계자들은 믿지 않았지만 내가 있는 곳은 서로 살아남으려고 날카롭게 물어뜯는 하이에나 소굴이었다.




그런 날카로운 가시들 속에서 도저히 견딜 수 없을 때쯤 우리들의 분위기를 눈치챈 연습생 담당 실장님은 나를 바로 팀에서 빼왔다. 그리고 같이 팀을 이루었던 애들에게는 데뷔를 꿈꾸는 연습생이 이런 과거나 인성을 가지고 있으면 되겠냐며 방출시켰다. 나에 대해 입을 눌리던 애들은 더 있었지만 그 후로 잠잠해졌고 방출시킨 실장님의 행동이 나를 위해 남아있는 연습생들에게 보여준 본보기라는 걸 알게 되었다.


 


팀이 무산된 나는 여전히 데뷔반에 있지만 어정쩡한 위치였다. 그때가 한 번쯤 겪게 된다는 슬럼프였던 것 같다. 트레이닝 시간에 집중도 제대로 못하고 춤 연습 때도 박자를 놓치는 둥 별별 꼴을 보였지만 그런 나를 회사에서는 방출시키지도, 심지어 강등시키지도 않았다. 오히려 며칠 뒤 SM 루키즈라는 공개 연습생 명단에 내 이름이 올라와 있었고 나에게 연습생 계약서를 내밀었다. 언제인지는 몰라도 회사에서 책임지고 데뷔시킨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내가 회사에 반항할 수도 없었다. 오히려 감사 인사를 드려야 하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회사에서는 나를 충분히 아껴주고 있었다. 대형 기획사에서 데뷔한다는 것은 연예인을 꿈꾼다면 누구에게나 달콤한 것이었다. 거기에다가 한창 잘 나가는 아이돌 팀에 합류로 첫걸음이라면 더더욱. 안 좋은 건 그들의 팬들과 탐탁지 않아 할 그들이었지, 나에게는 이득뿐이었다.



악플이라면 연예인 그 누구에게나 달렸다. 다만 그 정도가 심해지고 팬들이 나를 외면할 뿐 나쁜 건 없었다. 그 생각을 하니 다시금 마음이 착잡해졌다. 사랑을 받아야 하는 직업인 연예인을 꿈꾸는 내가 팬은커녕 내게 들려올 악플과 경멸을 먼저 생각하다니.


 

"그건 좀 슬프네."


"뭐?"



 

생각으로 한다는 게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내뱉어졌다. 다행히 조그마한 목소리로 웅얼거려서인지 제대로 들은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사람들의 반응보다는 눈앞의 그들의 반응이 지금은 더 중요하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순식간에 나에게 모든 시선이 쏠렸다. 그들과 눈을 마주치기가 어려웠다. 나를 노려보고 있을 것만 같았고 얼굴은 굳어있을 것만 같았다. 당황해서 고개를 푹 숙였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빠르게 뛰었고 숨이 턱 막혔다. 고개를 숙인 채라서 그들의 반응을 알 수가 없었다.



나에 대해 뭐라고 할까. 욕을 하고 인정 못한다고 할까? 너 같은 게 왜 우리 팀에 들어오냐고 그럴 것만 같았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별별 생각을 다 할 때쯤 누군가 갑자기 내 머리 위로 손을 얹었다.




"이제 새로운 막내네-"



"어휴 그러네, 저 놈보단 이렇게 풋풋한 애가 막내여야지."


"왜 날 끌어들어여!"




순식간에 나의 세계가 깨졌다. 그와 동시에 연습실에 지독하리만큼 조용했던 정적도 같이 깨져나갔다. 이런 상황이 혼란스러웠다. 분명 나를 싫어해야 정상 아닌가? 오히려 나에게 웃어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몇몇은 가만히 보고 있었지만 내가 생각했던 반응보다는 훨씬 양호했다. 찬찬히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도 싫어하는 눈빛은 아닌듯해서 안심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의문이 들었다.




"저…,"


"응? 말할 거 있어?"


"안 싫으세요?"


"뭐가?"


"저 들어오는 거요."


 

내 말이 끝나자 잠시 몇 초간 아무 말도 없었다. 역시나 하는 생각에 작게 한숨을 내뱉고 옷 끝만 매만졌다. 암울한 나와는 다르게 블라우스의 재질이 부드럽기만 해서 더 서러웠다. 다시 눈치를 살피고 있을 때 여주야- 나를 부르는 소리에 힐끗 쳐다보니 내 맞은편에 앉아있는 준면오빠가 보였다.




준면오빠는 유명했다. 살아있는 화석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긴 8년의 연습생 생활을 거쳐서 데뷔를 했다. 물론 내가 연습생으로 들어갈 때도 준면오빠는 연습생이었고 딱히 많이 친하지는 않았지만 만난다면 인사를 나눌 정도의 사이는 됐었다. 그조차 준면오빠가 데뷔하면서부터 만나기도 어려웠지만. 하여튼 4년조차 길었던 나에게 8년의 시간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런 시간을 겪고 결국 데뷔하게 된 오빠는 무슨 마음일까. 그것도 팀의 리더라면.


 

"물론 엑소에 여주 네가 들어오는 게 마냥 좋지는 않아."




실장실에 나와서부터 예상했던 말이지만 직접 들으니 마냥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기 어려웠다. 겉으로는 안 보이게 깨물은 입 안쪽 살이 터졌는지 비릿한 피맛이 났다. 근데 여주야,


 

"그렇다고 싫지도 않아."


"…네?"


"아니, 싫어할 수 없다는 게 맞는 말이겠네. 이미 결정된 사항이고 여기서 싫어해봤자 결국 우린 이제 한 팀이잖아, 한 가족이 된 거잖아."




가족, 가족이요… 묘한 단어에 곱씹듯 웅얼거렸다.




"…우리 팀이 순탄하다고 말은 못하는 만큼 회사에 반박할 수도 없어. 그리고,"


"……."


"그동안 네가 얼마나 열심히 연습했고 생활했는지 지켜본 만큼 너를 반대할 수도 없어. 그러니까 이왕이면,"


"……."


"잘 부탁해. 새로운 막내."




마지막 그 한마디에 결국 눈물이 터져버렸다. 으윽, 끄윽- 하며 어린아이처럼 서럽게 우는 나를 보고 그들은 당황하고 안절부절못하다가 나에게 다가와서 어설프게 달래주었지만 도저히 한번 터져버린 눈물샘은 멈출 수가 없었다. 아무리 괜찮은 척, 남들보다 좋게 데뷔하는 거라고 자위해봤자 결국 나는 미움이 익숙하지 않은 20살의 미성숙한 여자였다.








 

첫 화는 리더님 하드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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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ㅠㅠㅠㅠㅠㅠㅠㅠ작가님ㅜㅜㅜㅜㅠㅠ하..정말좋아용ㅎㅎㅎㅎㅎ!!
8년 전
치료제
좋은 이유가 제 글보고 그런가요?!(설레발)(김칫국)
8년 전
독자2
첫화는 리더님 하드캐리.. 좋구요...
8년 전
치료제
그다음 타자는 누굴까용
8년 전
독자3
어이구 준며니 말두 이쁘게해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역시 리다님 ㅜㅜㅜㅜ
8년 전
치료제
항상 준면이를 보며 느낀게 말을 참 예쁘게 하더라구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8년 전
독자4
역시 준멘ㅜㅜㅜ 말도 진짜 예쁘게 하네요ㅜㅜㅜ 여주도 예쁘고 성격도 좋나봐여!! 미워할수없는 여주인거 같아여!!분명 팬들도 나중에는 좋아해주겠죠?!ㅎㅎ 그리고 작가님 글 정말 취저에여♡ 앞으로도 많은글 부탁드릴게요!!
8년 전
치료제
넵 팬들도 점차 좋아할거에용 읽어주셔서 감사해용 :)
8년 전
독자5
ㅠㅠㅠㅠ리더님 하드캐리ㅠㅠㅠㅠ어화둥둥도 취저인데 이것도 취저라니ㅜㅠㅠ
8년 전
독자6
취저탕탕!!!!작가님 기대할게요 재밌어보여요ㅎㅎ
8년 전
독자7
으허ㅜㅜㅜㅠ완전ㅜㅜㅠ새로운막내라고할때ㅜㅜㅜㅜㅠ
8년 전
독자8
아..이런글을 이제서야 보다니요ㅠ 제취향 글입니다요..♡ ㅠㅠㅠㅠ면이 ㅠㅠㅠㅠ 사랑해도 될까 준면아..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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