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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민윤기] 벚꽃과 민팀장 3 | 인스티즈 

 

 

[방탄소년단/민윤기] 벚꽃과 민팀장 3 | 인스티즈 

 

 

 

 

 

[방탄소년단/민윤기] 벚꽃과 민팀장 3 

 

 

 

민 팀장은 제 평생에 한번도 이렇게 벽 뒤에 숨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문득 생각했다. 아, 아니다. 어릴 때 화분 따위를 깨뜨리고 어머니께 혼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안방 문 뒤에 이렇게 숨었던 적이 있었나. 분명 같이 만난다고 했던 것 같은데, 여자가 로비로 내려와 눈에 익은 한 남자를 만났음에도 퇴근 10분 전 사라진 김남준 차장은 행적을 알 수가 없었다. 왜, 너도 낄래? 그러고 툭 내뱉듯 묻던 남준은 짐짓 모른 척 했지만 제가 여자에게 생각이 있는걸 알고 있을 터였다. 아직 로비로 꺾어지는 벽 뒤에 숨은 민윤기 팀장은 주위를 둘러보고 한번 심호흡을 한 뒤 예의 그 당당한 걸음으로 로비에 발을 내디뎠다. 

 

 

 

 

 

"어, 호석아. 아 잠깐만. 애기야.... 오빠가 오늘 약속이 있다고 그랬잖아요." 

 

 

 

제 맘대로 사라졌다 나타났다 엄한 민 팀장의 애간장을 녹여대는 남준은 갑자기 제 뒤에서 튀어나와 저 앞에 여자와 마주선 호석에게 인사하는 둥 마는 둥 종일 붙잡고 있던 전화를 아직도 손에서 놓지 못한 채였다. 저번에 클럽에서 만난 걸그룹 누구를 닮았다던 그 여자인가, 요즘 어찌나 카톡에 전화에 멀쩡한 김남준 차장을 들었다 놨다 하는지 꼴이 아주 볼만했다. 밥 먹다가도 우리 자기야, 술 마시다가도 술잔을 든 제 셀카를 찍어 보내며 애기야 여보야 전화에 정신을 온통 팔고 있지를 않나. 화장실 소변기 앞까지 통화하며 들어오길래 한번 윽박질러 준 적이 있었다. 

 

지금 저러는 꼴을 봐서는 곧 저들을 두고 가야 할 게 뻔 했다. 그럴 바에야 나라도 어떻게 안되겠니, 천천히 여자 쪽으로 가까워지며 남준에게 눈빛을 보내보지만 통화하느라 너무 바쁘신 김남준 차장께서는 지금 제게 눈길을 허락할 자비 같은 건 1g도 없으신 긴박한 상황이신거다. 너 임마 두고 보자. 

 

 

 

 

 

잰 걸음으로 로비 가운데로 걸어가는 민 팀장을 드디어 발견한 남준이 이쪽으로 한걸음 다가서자 곁에 섰던 호석이 윤기를 발견하고 아는 체를 해왔다. 여자는 이제서야 저를 발견하고 머쓱한 웃음을 지어 보이기에 민 팀장은 가능한 제일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니 시커먼 남자가 셋이나 되는데 저 여자가 어딜 저녁을 먹으러 가겠다고 나서는 거야? 

 

 

 

"아, 호석아. 진짜 미안. 나 오늘 안되겠는데." 

 

"누구, 여자친구?" 

 

 

어, 아프다네.. 남준이 괜히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이렇게 보니 이 중에 아무도 저 말을 믿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아 보여 민 팀장은 저 혼자 혀를 끌끌 찼다. 여자를 슬쩍 살펴보지만 저는 안중에도 없이 제 옆에 선 왠 남자에게 뭐라고 얘기를 하고 있었다. 저기요, 가깝다고. 떨어지시라고. 

 

 

 

 

"저기... 팀장님도 같이 가세요, 저녁 먹으러." 

 

 

네? 초면에 멀쩡한 사람을 저 혼자 헐뜯다 사람 좋게 묻는 그 남자의 물음에 멍청하게 되묻고 나서야 민윤기 팀장은 경계심을 조금 거둘 수 있었다. 친절하게 제게 말한 그 남자는 동의를 구하려는 듯 같이 선 이들과 눈을 한번씩 마주쳤다.  

 

같이... 가실..까요? 전에 없이 말끝을 흐리며 묻는 여자의 말도 진심이 아니라는 걸 그 자리의 모든 사람이 다 알았지만 민 팀장은 굳이 거절하지 않았다. 긴장하고 있는 저를 깨달은 윤기는 괜시리 서류가방을 든 손을 바르작거리다 마른침을 한번 삼켰다. 그럼, 가실까요? 

 

 

 

 

 

 

* * * * * 

 

 

 

여자는 최근 들어 가장 기분 좋은 시간을 맞이하고 있었다. 마지막 연락이 세달 전으로 이제 저는 잊혀졌구나 생각하고 포기하고 있던 정국을 꼬박 이 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되어 꼭 학교 다닐 때로 다시 돌아간 것 같고 그랬다. 눈 앞에 앉은 정국을 가만히 바라보다 또 말을 걸어보다 손 같은 데를 쿡쿡 찔러보기도 하고 그러는데도 정국은 그저 생글생글 웃고만 있었다. 너무 오랜만이어서 믿겨지지 않았고, 접어두고 숨겨두려고만 했던 어려운 감정을 다시 만나 벅찼다. 다시 만난 지 딱 두 시간 만에 여자는 그렇게 되어버렸다. 

 

학교 때 둘은 무리 안에서나 둘이서나 줄곧 함께 다니며 과제를 같이 한다거나 같이 놀러 다닌다거나 하는 거의 모든 일상에 동행했다. 여자는 무엇 하나 함부로 말하지 않고 다정하고 친근하게 대해주는 정국을 좋아했고, 정국은 여자가 무언가 조근조근 얘기하는 것 들어주기를 좋아했다. 서로를 유별나게 챙기며 쉬지 않고 붙어 다니지만 정작 사귀지 않는 둘은 과에서 나름 유명세를 탔다. 저희끼리는 사실 몰래 사귀고 있는 거라 단정하기도 했다. 

 

둘만 아는 얘기지만 정말로 사귄 건 아니었다. 너희는 대체 무슨 사이야, 제 동기가 열 번째 물었을 때 비로소 고백을 결심한 여자가 케이크며 편지며 정성스레 싸 들고 가 정국을 불러냈지만 여자의 고백을 끝까지 듣고 난 정국은 절망적인 말투로 딱 한마디를 했을 뿐 이었다. 미안.. 나 유학 가게 됐어. 아쉬워할 틈도 없이 바로 다음 주에 휴학을 하고, 그 다음 주에 송별회를 하고. 그 바로 다음 주에 출국을 하는 모든 시간에 여자는 정국의 옆에 있어주려고 노력했다. 여자는 울거나, 아쉬워하거나,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무척이나 애를 썼던 그 때를 가끔 생각하곤 했다. 

 

 

 

 

"이런 것도 먹어요? 몰랐네." 

"왜요, 저 진짜 잘 먹는데." 

 

 

누가 어떻게 보이건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윤기였지만 여자는 정말 막창을 좋아할 것 같지는 않은 사람이라서 우와 맛있겠다, 같은 말을 연발하는 것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여자는 제가 본 중 가장 기분이 좋아 보이는 표정으로 제 앞에 앉은 남자를 줄곧 챙겼다. 민 팀장은 여자의 그런 표정이나 모습이 조금, 사랑스럽다는 생각에 마음에 들기도 했고 오로지 저 남자에게 향한 친절에 마음에 들지 않기도 했다. 저기요, 저 남자도 팔 있는데요 하는 말이 턱 끝까지 차 올랐지만 말하지는 않았다. 

 

 

전정국 입니다, 예의 바르게 저를 소개 한 저 남자는 서글서글한 인상에 예의 바른, 좋은 남자임에 한눈에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제 옆에 앉은 이 여자와 무슨 사이라도 되었던 듯, 익숙하고 당연하게 행동했지만 어색함이 있었다. 아까 호석이 2년만에... 같은 얘길 한 걸로 봐선 오랜만에 만났겠구나, 하는 정도. 민 팀장은 더 신경 쓰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이 여자에게 이제부터는 제가 더 가까울 수 있을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진짜 잘 먹네요. 데리고 또 와야겠네." 

"흥, 저 혼자 올 건데요." 

 

 

여자는 오늘따라 자비로운 마음으로 민 팀장의 헛발질을 눈감아 주었다. 이 남자와 평소처럼 가볍게 투닥이다 보면 어렵고 무거운 감정도 장난스럽게 풀 수가 있었다. 민 팀장은 제게 장단을 맞춰주면서도 지나치게 가볍지 않았고, 뻔하지 않으면서 다정한 구석이 있었다. 꼭 지금처럼. 

 

 

 

 

"민윤기, 여기도 접시 있는데. 너무 하영이 편애 하는 것 같애." 

 

 

호석이 제 접시를 젓가락으로 탕탕 두드리며 볼멘소리로 윤기에게 투덜거렸다. 젓가락 있으면 알아서 먹어, 그러는 민 팀장의 옆에서 여자는 빨개진 얼굴을 달래려 물을 들이키다가 사래에 들렸다. 앞자리의 정국은 순간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다가 윤기와 눈을 마주치고는 다시 어색하게 자리에 앉았다. 벌써 윤기의 손이 여자의 등을 두드리고 있었는데, 마주친 눈빛에 내 여자는 내가 알아서 한다, 는 무언의 압박이 실려있어 정국은 그만 풋 웃었다. 어떻게 보면 남자는 제 친구와 꽤 잘 어울리는 커플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즈음 여자는 또 제가 굉장히 싫어하는 상황에 직면 했음을 깨닫고는 절망스러워 하고 있는 중 이었다. 화장실에 잠깐 다녀오는 길에 제게 언니 대각선에 앉은 오빠에게 혹시 애인이 있는가를 묻는 여자를 물리치고 돌아오니 유난히 이 테이블에 자주 들르시는 이모님이 아직 타지도 않은 불판을 벌써 세 번째 갈고 계시질 않나 저는 사래에 들려 콜록 대고 있는데 옆에 앉은 커플이 왜 다른 남자를 그렇게 유심히 쳐다보냐며 싸움을 시작하질 않나. 전부 이 얼굴에서 꿀 떨어지게 생긴 인간들 때문이었다. 여자는 죄 이렇게 생긴 지인밖에 없는 제 인생이 비통했다. 정말로. 

 

 

 

 

 

 

 

 

 

술 한잔 안마시고 1차에서 쫑나는 이상한 저녁식사를 마치고 민 팀장은 굳이 여자를 집에 데려다 주겠다며 따라 나섰다. 어차피 방향도 같다느니 횡설수설하는 윤기의 말은 어차피 아무도 믿는 사람이 없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밤길은 예상보다 더 로맨틱했다(고 윤기는 생각했다). 민 팀장은 아무렇지 않은 체 하며 차도 쪽으로 걸으면서 자꾸만 손을 바르작거렸다. 뭔가 말을 건네고 싶은데. 여자가 자꾸 고쳐 메는 가방을 들어주고 싶기도 했고, 흔들리는 여자의 왼손을 잡아보고 싶기도 했지만 늘 그랬듯 멀쩡한 분위기를 망쳐놓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또 가만히 말없이 걸어가기를 십분 여, 여자는 갑자기 멈춰 서서 한숨을 쉬었다. 

 

 

 

 

 

 

"팀장님." 

 

"네." 

 

"처음이네요." 

 

 

여자는 꼭 몇 일전에 제가 한 말을 따라 하듯이 그랬다. 그래서 윤기 역시 네? 뭐가요? 하고 되물었다. 

 

 

 

 

“팀장님이 이렇게 안절부절 못하는 거요." 

 

 

안절부절? 내가? 나? 민윤기인데요 나. 그래 봤자 저 여자는 모든 것을 간파했다는 표정으로 눈을 가늘게 떴다. 

아, 어려운 여자. 손에 땀이 흥건한 것을 숨기려고 민 팀장은 부러 목을 가다듬었다. 

 

 

 

 

 

"그, 친구." 

 

 

 

이번엔 여자의 눈이 놀란 토끼의 눈 같이 동그랗게 바뀌었다. 

친구요? 네, 전정국씨요. 

여자가 반 걸음, 뒤로 물러나자 남자는 한 걸음 다가섰다. 

 

여자는 민윤기 팀장이 무슨 말을 할지 전혀 예상할 수 없어 당황스러웠고, 꼭 그날처럼 소리 높여 뛰는 제 심장소리에 놀랐다. 

그리고 이제 제 앞으로 한 발 더 다가와 선 이 남자, 민윤기는. 

 

 

 

 

 

 

"..........좋아해요?" 

 

 하고, 물었다. 

 

 

 

 

 

 

 

 

---------------------------------------------------------------------------  

 

네, 11월 24일인데 아직도 나만 읽는 벚꽃과 민 팀장을 올리는 나란 수니..... 

몰라 ㅋㅋㅋㅋㅋㅋㅋ 거듭 말씀드리지만 배경은 벚꽃이 필만한 약간 덥기도 하고 그런 날씨에요. 

메론메론한 민윤기가 나왔으니 그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올려봅니다. 

 

T_T 사!랑!해!여! 민!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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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작가님 오늘 처음 보는 글인데 정말 제 스타일이에요 ㅠㅠ 왜 이런 글이 초록글에 안 올라갔지? 진짜 재밌어요!
8년 전
스피너
초록글이라니 당치도 않네요.. 아무도 댓글을 안 써주셔서 삭제할까 망설이던 글ㅋㅋㅋ입니다만 민윤기가 메론 머리를 하고 왔으니 덕후로서 뭐라도 해야하지 않았겠어요.. 말이 기네요.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8년 전
독자4
절대 안 됩니다 삭제라뇨 ㅠㅠ 제가 앞으로도 쭉 댓글 달아드릴 테니 더 더 좋은 글 많이 써 주세요 작가님 ♡♡
8년 전
독자2
아앙잉ㅇ이ㅣㅣㅇ닝ㅇ 메론맛 윤기 나온 기념으로 데일리는 아니더라도 연재해주세요 안절부절한 윤기가 너무 좋아서 저도 탄절부절하니까요ㅠㅠㅠㅠ 작가님 글 너무 좋아요♡♡♡ 신알신 하고 갑니다♡♡♡
8년 전
스피너
외!쳐! 민!윤!기! ㅋㅋㅋㅋㅋ 메론머리를 한 민윤기 요정은 사랑입니다. 탄절부절 하시기 전에 얼른 다음 편 들고 올 수 있도록 할게요. 글 좋다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8년 전
독자3
감사합니다... 다음 편을 기대하며 (큰절)
8년 전
독자5
똑부러지는 윤기도 좋지만 안절부절 윤기는 넘나 귀엽네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흐어ㅠㅠㅠㅠㅠㅠㅠ덕후의 심장에 불을 지릅니다 아쥬ㅠㅠ
8년 전
독자6
으아ㅠㅠㅠㅠ 이 글을 진짜 왜 지금 봤을까요 작가님 ㅜㅜㅜㅜㅜㅜ 왕 재밌어오 지짜ㅜㅜㅜㅜ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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