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민윤기] 벚꽃과 민팀장 完 까만 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거리에 민 윤기 팀장과 나란히 서 있는 이 여자는 지금 매우 혼란스러웠다. 이 남자는 갑자기 뭐라고 묻더니 가만히 서 있는 제 앞에서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어내고 셔츠의 첫 단추까지 푼 다음 뚫어질 듯 올곧게 저를 바라보기 시작했는데, 눈빛이 상당히 위협적이고 한편으로는 섹시하기까지 했다. 민 팀장과 겨우 3초 정도 눈을 마주한 여자는 방금 이 남자가 뭐라고 물었는지도 잊었다. 아니 그러니까 지금 뭐, 자기를 좋아하냐고 묻기라도 한 건가? 세상에. "네???" "좋아하냐고 물었어요, 그 친구." 아, 친구요. 전 정국. 여자는 정말이지 정신을 차리려고 애를 썼다. 머릿속을 차분히 정리하려고 큰 숨을 몰아쉬었는데 앞에 선 민 윤기 팀장이 머리를 한번 쓸어넘기고는 다시 제 눈을 똑바로 마주하고 섰다. 눈앞의 이 남자가 오늘 밤에 도대체 제게 왜 이러는지 여자는 도무지 알수가 없었다. "왜........ 왜요..." "그 말에 대답하는 게 그렇게 어려워요? 그래?" 아뇨, 팀장님이 제일 어려워요. 여자는 손을 파닥이며 부채질을 하기 시작했다. 얼굴이 점점 더 뜨거워졌다. 중심을 잃어 약간 뒷걸음을 치자 눈앞의 민팀장은 제 앞으로 한걸음 더 다가왔다. 조금만 더 가까이 서면 숨이 닿을 것 같은 가까운 거리였다. 여자가 헉, 하고 숨을 들이마셨다. 시선을 돌리려고 해봐도 앞에 선 이 남자가 너무 가까워서 그럴 수가 없었다. 게다가 심장이 점점 더 크고 빠르게 뛰기 시작해서 여자는 마음속으로 제발 적당히 좀 해라, 사정을 해보기도 했다. "나 봐요." "........" 보, 보면 뭘 어쩌게요. 입술 끝까지 튀어나오려는 말을 놀라운 인내심으로 참으려고 여자는 눈을 질끈 감았다. 꼭 머릿속에서 불이 나는 것 같았다. 저는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고, 민 팀장을 마냥 좋게만 보는 다른 여사원들과도 다르다고 나름대로 자만하고 있었는데. 분명히 이 남자는 사무실에서 두 번째로 제가 싫어하는 상사일 뿐 이었는데. 어떻게든 무슨 말이라도 해야겠다는 집념어린 생각 끝에 여자는, 이제는 그냥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 해버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팀장님, 빨리 집에 가요. 그렇게 말 해야지, 생각하고 눈을 떴다. 티.......임..... 하지만 여자에게는 말을 할 수 있는 순간이 단 1초도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니까 제 눈 바로 앞에는, 제 입술을 향해 말없이 돌진 중인 수트차림의 섹시한 민 윤기 팀장이 있었다. 당황한 여자가 한발 더 뒤로 물러나려고 했지만 입술을 마주함과 동시에 민 팀장의 오른손이 제 허리 뒤로 둘리고 왼손이 목 뒤를 감쌌기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 말캉한 혀가 제 입안으로 들어와 섞이는 것을 느끼며 여자는 그렇게 부단히도 노력 해 민 팀장에게 하려던 말이 무엇이었는지 잊은것은 물론, 제가 어디에 서 있는지, 이 남자가 누구인지도 잠깐 잊을 뻔 했다. 짜증이 날 만큼 부드럽고 다정하면서 저를 배려하는 이 키스는, 정말로 제 스타일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제 자신이 당황스럽게 느껴질 만큼 그랬다. 심지어 키스가 끝나고 쪽 소리가 나게 두 번이나 더 짧게 입을 맞춘 민 팀장은 이제 갈 곳을 잃고 헤메던 제 손을 꼭 잡고서 그랬다. 이제 나만 봐요. 그 친구 싹 다 잊어버릴 수 있게 내가 진짜 잘할 거에요. 내가 놓치면 얼마나 아까운 남자인지, 알게 해 줄게요. 저를 껴안은 민 팀장의 품 안에서 여자는 좀 멍하니 넋을 잃고 있었다. 이 남자가 뭔가 좀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게 제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분간 할 만한 상황이 못되었다. 너무 오랜만에 갑자기 일어난 (너무나도 제 스타일인) 키스가 정상적인 사고를 방해 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아무래도 이건 나중에 말 해줘야겠다고 여자는 생각했다. 지금 나를 당황하게 하고, 또 설레게 하고. 아무 생각도 못하게 만드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니고 그냥 당신, 민 윤기 팀장님 뿐 이었다고. * * * * * "생각 좀 해 봤어요?" "네? 무슨 생각이요?" 여자는 짐짓 모른 체 바지런히 키보드 위를 오가는 손을 놀렸다. 아니 분명 아직 업무시간인데, 제 옆에 박 지민 사원도 열심히 일하는 척하며 딴 짓을 하고 있고, 저 쪽 박차장도 왠지 바쁜 것 같이 통화를 해대고 있었고. 민 팀장이 제 옆에 와서 평소같지 않게 헤실헤실 웃으면서 의미심장한 말을 할 때가 아니었다는 거다. 민 팀장 이거 뭐 잘못 먹었나, 왜 이러는 거지. 궁시렁 궁시렁 생각을 하던 여자의 손등 위로 무심히 서 있던 민 팀장의 한마디가 내려 앉았다. 나요. 민 팀장의 놀라운 그 말이 여자의 책상 위로 낮게 울려 퍼지는 순간, 이 넓지 않은 사무실 안이 순식간에 모두의 음소거한 비명소리로 가득 차오르고 있다는 것을 여자는 직감했다. 옆에 앉은 박지민 사원이 0.5초 만에 민 팀장과 저를 동시에 스캔하기 시작했고, 통화 중이던 박차장이 기어이 일어나서 민 팀장과 뭔가 눈빛을 주고 받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그런데도 민 팀장은 한가롭게 웃어 보이기만 했다. 순식간에 바스락 소리 하나 들리지 않게 조용해 진 이 사무실 안에서 여자는 지금 저의 상황이 상당히 망했다는 걸 뼛속 깊이 사무치게 깨달아, 순식간에 벌떡 일어나서는 아직 옆에 호기롭게 서 있는 민 팀장의 손을 잡고 사무실 밖으로 잡아끌었다. "팀장님!!!!" "네." "미쳤어요??;" 여자는 순간 제가 뱉어낸 말을 후회했다. 순간 욱 해서 이런 말을 뱉어 버리긴 했지만 민 팀장이 아무리 제게 키스하고 쪼물딱(?) 댔다고 이런 말을 해도 되는 건 아닌것 같은데. 하극상이라고 화라도 내면 어떻게 하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거 이런 여자인 줄 몰랐다고 고백 물러내라고 하는거 아닌가? 그럼 회사도 잘리는 건가? 당장 내 카드 값은? 엄마한테는 뭐라고 하지. 다음 달에 아부지 생신인데 선물을 사드릴 수는 있는걸까. 머릿속이 또 한번 엉켜버린 여자는 그만 주저앉아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아..........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망했다. 망한 게 틀림이 없었다. "아, 몰랐어요? 난 또 아는 줄 알았네."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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