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얼떨결에 민혁이 곁에 있게 되었다. 사실 얼떨결에는 핑계고 내 마음이 그러고 싶었나보다.
나는 민혁이한테 약할 수밖에 없다. 모든 걸 기억하고 있는 나는 민혁이를 거절 할 수가 없다.
하필 친구들을 사귀기전에 혼자 미리 신청해버린 교양수업을 민혁이와 형원이가 같이 듣는다니 이건 신의 장난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자꾸 민혁이와 부딪히게 될 수는 없다.
민혁이 곁에서 사라지겠다고 더는 가까이 가지 않겠다고 어젯밤에도 그렇게 다짐했는데
그게 민혁이를 지키는 길이라고 그렇게 마음먹었는데
그 아이의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듣는 순간 모든 다짐이 무너지고 말았다.
자연스럽게 민혁이와 형원이의 전화번호까지 받아들고 나서 강의실 밖을 나설 수 있었다.
정신없는 상태에서 얼른 집에 가서 과제라도 해야겠다 싶어 학교 정문을 나서던 중에 누군가 나를 불렀다.
“기현아!”
민혁이였다.
“걸음 진짜 빠르다. 너”
“왜 뛰어. 급한 일이면 전화를 하지. 다리도 아프면서...”
“어?.기현아 너 나 다리 아픈거 어떻게 알아?”
큰일 났다.
“어 그게. 네가 저번에 술자리에서 말 한 것 같아서!”
“아 그래? 그랬었나...아무튼 기현아. 이제 집에 가는 거야?”
“으응,,,”
“그럼 약속은 없는 거네? 형원이랑 셋이 저녁 먹으러 갈래?”
“저녁? 아 그게..”
“바쁜 일 있어? 강요는 아냐. 그냥 과제하기 전에 좀 더 친해지면 좋을 것 같아서.”
“그래..같이 가자.”
그렇게 민혁이, 형원이와 저녁까지 같이 먹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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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현이 너는 실음과랬나?”형원
“실음과 보컬전공..”기현
“신기하다. 난 노래 잘하는 사람이 그렇게 부럽더라.”민혁
기분이 이상했다. 민혁이와 이렇게 아무렇지 않은 일상 이야기를 한다는 게
전생의 우리는 그저 하루를 살아내기 위해 고군분투 했었는데 이제는 친구도 있고 같이 마주앉아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며 여유롭게 저녁을 먹을 수 있다.
“기현이 너는 어디 살아? 자취해?”
“아, 나는 학교 정문 쪽에서 자취해”
“어! 나돈데, 이따 같이 가자!”
“그래, 그러면 되겠다..”
유기현, 너 이쯤 되면 그냥 민혁이를 지킬 맘같은건 없는 거지?
어떻게 한번을 거절을 못하냐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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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쪽! 기현, 재밌었어 담에 봐!”형원
형원이가 가고 민혁이랑 나만 남았다.
우리는 학교 정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나란히 서 있는 민혁이는 여전히 나보다 한 뼘은 컸다. 하늘에 별이 떠있었다. 무심코 하늘을 보며 걸었다. 민혁이는 별을 보고 있지 않았지만 그냥 민혁이와 보는 별이 얼마만 인지 모르겠다. 너무 좋았다. 이 순간이
“넌 별 진짜 좋아하는구나?”
“음?”
“아 넌 기억 못 하려나, 저번에 우리 술 처음 마신 날. 그날도 네가 나한테 별 좋아하냐고 물어봤었거든.”
“아…그랬나”
“…”
“…”
“…”
“저기 기현아.”
“응, 민혁아”
“진짜 이상해, 나는 너만 보면 내 맘처럼 행동이 안 돼. 너만 보면 자꾸 묻고 싶고, 같이 있고 싶고 우리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약간 첫눈에 반한 사람처럼…웃기지?”
“…착각,,,이지 않을까”
“무슨 착각?…내가 너 좋아하는 게 혹시 불편해? 그런 거면 말해줘. 강요는 절대 아니니까
그냥 나도 혼란스러워서 요즘. 그래서 말해본거야 미안“
“아니 그게 아니라…”
“기현아, 난 이쪽이야. 먼저 가볼게”
“…”
실수했다.
민혁이는 그새 점처럼 멀어졌다. 이게 맞는 거다. 날 세뇌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쿡쿡 아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