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정도를 그렇게 귀찮은 문자들을 받았음..
내 답문은 한결같이 [계좌번호] 이거였고.
참다참다 게임상에서 물어봄.
나한테 왜 이러는지. 나는 내 과거를 빨리 없애고 싶었음.. 스스로에게 부끄러워서 ㅡㅡ
곰돌이 얘기는 이랬음. 애초에 사람으로서 굉장히 잘 맞는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고,
충분히 먹고 쨀 수 있었던 상황에서 돌려주려고 하는 걸 보니까 착한사람같아서 친하게 지내고 싶다고.
그냥 형동생으로 계속 친하게 지내면 안되냐고.
여기서 계속 거절하는것도 과민반응인가 싶어서 일단 그러자고 했지만 솔직히 얘가 짜증났음.
괜히 나를 우숩게 볼 것 같고 친한척한다음에 뒷통수 쳐서 복수하려는건가 이런생각도 들고.
그리고 한달넘게 같이 게임하다보니까 걍 친해짐...ㅋㅋ 사람이란 단순한 동물인지라...-_-;;
얘가 진짜 날 형님모시듯이 해줬음. 내가 내자랑 조금만 하면 '우와!!!' 이러고ㅋㅋ
나도 어느샌가 나를 잘 따르는 동생이 생긴 것 같아서 편하게 지냈음.
한참 잘 지내다가 이런얘길 하게됨
곰돌이: 나 형한테 환상생길거같아
나: 뭐.ㅋㅋ
곰돌이: 형도 화장실엘 가나요?ㅋㅋㅋㅋㅋ
나: 헐ㅋㅋㅋㅋㅋㅋㅋ
곰돌이: 나의 우상 ㄹㄹ형..ㅋㅋㅋ
나: 하지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곰돌이: 형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인가여ㅜㅜ 팬이에요 싸인좀 해주세요 ㅜㅜㅜㅜ
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얘가 이런식으로 사람을 띄워줌. 난 완전 업되서 어쩌다보니 만나서 싸인 해주기로 했음.
그때쯤엔 완전히 친해져서 전부터 밥한번 사줘도 되겠다 싶었었음.
처음에 이 게임 소개시켜준 실친놈이 신기해했음.ㅋㅋ
"걔 너 좋아하는거 아냐?"
"남자라고 벌써 다 불었다니까ㅋㅋ 겉담배피면서 쎈척할거야. ㅈㄴ 멋진 형으로 남아야지"
"그러다 반할라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나는 어린놈의 존경을 받는 게 내심 뿌듯해서 나름 차려입고 나감.
내 머릿속의 곰돌이는 닉네임처럼 뭔가 순박하고 파릇파릇한 고등학생이었음.
겨울이었는데 눈이와서 약속장소인 지하철 출구 근처에 있는 카페로 들어가서 유리창쪽에 앉아있었음.
누가 오나 주시하면서ㅋㅋ
근데 왠 험악하게 생긴 사람이 거기 서서 계속 휴대폰을 들여다 보는거임.
그리고 내 휴대폰에 문자가 왔음.
[형 ㅜ 어디?]
순간 진짜야? 아니겠지? 헐ㅅㅂ;; 이런 생각들이 지나감.
녀석은 등치가 크고 좀 쪄서 진짜 조폭같았음. 눈매도 누구 패다 온 것 같고 . 내가 생각하던 도토리같은 이미지는.. 허허..
[검은색 패딩입고있냐?]
[ㅇㅇ형 나보여?ㅋ]
문자 보내놓고 진짜 쟤면 도망가야하나 생각하는데 딱 타이밍 맞춰 문자 받는게 걔인거임.
좀 난감했는데, 문자 답장하는 곰돌이 표정이 죠낸...해맑은거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좀전까진 폭력배같아 보이던게 웃으니까 좀 고딩같기도 하고 그럼ㅋㅋ
그 앞에 ㅅㅌㅂㅅ라고 답장을 했더니 바로 들어와서 두리번거렸음
실제로 보니 진짜 조폭돋았음.. 등빨작렬에 살집있고;; 쌍커풀없이 쫙찢어진눈에 숯검댕이눈썹에.. 게임캐릭터와 현실의 차이에 난 좀 당황함..
내가 빤히 보고있었더니 엉거주춤 이쪽으로 오더니 "저기 혹시..."
이러는거.ㅋㅋㅋㅋㅋ그 어쩔 줄 몰라하는 시선처리는 초중딩의 그것이었음. 난 바로 편해짐. 이녀석은 내가아는 곰탱이가 맞음ㅋㅋ
만나서 밥 먹고 여자얘기, 군대얘기 하고 해어짐. 얘가 미성년자가 아니었으면 S얘기도 했겠지ㅋ; 남자들 수다의 정석임..
난 게임에서 [ㅇㅇ][ㄴㄴ] 자주 이러는데 얜 현실에서 말이 별로 없었음
참나 문자로는 그렇게 말많더니
사는 동네도 안멀어서 얘랑은 온.오프 없이 그냥 친한 형동생이 됨.
참 신기했음; 게임 안했으면 내가 저또래 고딩이랑 살면서 만날일이나 있었을까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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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올릴까 말까 하다가 썼는데 의외로 각오하던 냉대는 없고 다 웃어줘서 고마움.
이거 꽤 오래전 얘기라 묵은냄새 날 거임.. 킁킁ㅋㅋ 글을 좀 밝게쓰고싶은데 나는 어쩔 수 없는 곰팡이종자